지난해 가을 월 100만원의 임대수입 보장 광고를 보고 서대문구에 위치한 A테마상가(쇼핑몰) 4층에 약 1억원(1구좌)을 투자했던 김모씨는 요즘 울분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투자한 상가가 오픈한지 1년이 넘었지만 상가활성이 요원해지면서 기대 월수입은 커녕 은행 대출에 대한 이자 40만원만을 꼬박 물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투자상담때만 해도 계약후 바로 프리미엄을 붙여 되 팔수 있다는 업체 관계자는 연락두절 상태라 하소연이라도 제대로 해볼 도리도 없다.
최근 테마상가(쇼핑몰)들의 상가 활성 실패가 잇따르면서 관련 생계형 투자자들의 피해도 예상보다 커 업계 일각에서는 ‘밑빠진 독 투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처방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상가상 높은 공실률 상황에서도 버겁게 견뎌온 상가들이 아예 셔텨마저 내리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서울, 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발생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올들어 경매시장에 쏟아져 나온 물건 소재지 가운데에는 비교적 불황도 피해간다는 상권인 강남, 명동, 서초 등내의 상가들도 대거 포함돼 있었고 그 밖의 영등포, 남대문, 신촌, 천호, 성남, 안산, 수원등지의 테마상가들도 공실 바이러스로 인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운영 형국이다.
통상적으로 테마상가의 좌초 시나리오는 이러했다. 패션, 전자, 키즈, 한방 등의 다양한 컨셉을 시도했던 상가들은 얇은 타겟층, 상품 경쟁력 저하, 공급과잉, 폐쇄적 구조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상가 전체의 슬럼화를 초래했고 결국은 세자리수 임대료에서 반토막을 쳐 임차인들에게 구애를 해보아도 거들떠보지 않자 불꺼진 점포들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물론 테마상가의 위기 전조현상은 일찍이 일어난바 있다. 1990년대 후반 두타, 밀리오레의 성공이후 쇼핑몰이 유명백화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상가시장내에서도 개발업체들이 앞다퉈 각 지역별로 동대문식 테마상가를 옮겨놓으며 필승을 자신했었다.
무엇보다 테마상가가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핵심 포인트는 유동인구가 풍부한 입지조건에다 여타 투자상품에 비해 소액투자로 접근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분양은 성공적이었어도 수백에서 수천에 달하는 점포수를 채우기 위해 유사수의 임차인 모집에는 역부족이었으며 온라인 쇼핑몰과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이 가능한 아울렛, 할인점, 백화점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게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업체들은 수익보장 강화라는 카드를 내놓았지만 정작 상가 활성 대안이 될 수 없었으며 그저 소비 트렌드를 쫒지 못해 앞서간 상가들의 전철을 밝을 뿐이었다.
업계에서는 더 이상 5평 이내 형태의 분양 유형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특히 점포수 과다로 관리, 운영의 미숙을 문제점으로 들고 나섰다.
상가활성의 실패사례가 늘면서 공급량도 2004년을 기점으로 연간 50건을 넘나들다 최근 3년간 10-20건으로 확연히 줄면서 업계에서 조차 테마상가의 사업성에 대해 재고의지가 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나마도 현재 분양중인 일부 상가 중에는 이벤트적 컨셉에서 벗어난 차별화를 선언하며 백화점식 운영방안 도입, 영화관을 중심으로한 구성에서 벗어나 여가와 전시, 레저 등 쇼핑과 문화공간을 전진 배치한 멀티형 상가로 전환을 꾀하고 있으나 새로운 도전에 대한 검증사항은 진행 중이라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봐야할 입장이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수석연구원은 “손가락을 꼽을 만큼의 상가를 제외하고 테마상가는 총체적 위기라 표현될 만큼 기존의 동일한 컨셉으로 더 이상의 존립은 어렵다”면서 “무엇보다 구태의연한 발상을 지향하는 시행사(개발업체)는 현실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특히 소비층이 원하는 쾌적하고 즐거움이 넘치는 본질적인 활성 복안을 찾아내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