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지만 국민의 노후 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국내 노후준비의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독일,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 견줘 3∼6배가량 빠르다.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이 노령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07년 44.6%에서 2013년 49.6%로 증가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노인 빈곤율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공적연금을 대표하는 국민연금은 가입률이 절반인 50.6%에 불과해 저조한 데다 수령 금액도 많지 않다.
수령자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지 않아 월평균 수령액은 작년 7월 기준으로 34만6000원에 불과하다. 이는 개인별 최소생활비 월 136만 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사적연금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포함한 국내 사적연금 가입률은 23.4%로 독일(71.3%), 미국(47.1%), 영국(43.3%)에 견줘 크게 낮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사업장도 전체 사업장의 16.7%에 불과하며 퇴직자의 퇴직금 연금전환 비율은 6.2% 수준이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대체로 가입률이 떨어진다. 소득계층별 연금저축 가입현황을 보면 연간 소득 △2000만 원 이하 3.8% △2000만∼3000만 원 7.3% △3000만∼5000만 원 24.5% △5000만∼8000만 원 38.7% △8000만 원 초과 25.7%다.
연금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세제 혜택은 미미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사적연금 세제지원 비율은 15.7%로, OECD 34개국 중 23위에 불과하다. 독일(36.2%), 프랑스(30.5%) 같은 선진국은 물론 평균(21.5%)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김지현 수석연구원은 “사적연금은 가입비중이 작고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보편화해 노후자금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사적연금을 활성화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