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선강퉁 시행이 임박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증권사들은 2014년 후강퉁(중국 상하이 거래소와 홍콩 거래소 간 교차 거래) 시행 당시 발 빠르게 기회를 잡은 유안타증권, 삼성증권 등이 올린 성과에 주목하면서 선강퉁 수요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국내 증권사들은 선강퉁 매매거래를 위한 기술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리서치 자료 확보와 직원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후강퉁 관련 시세·주문 화면을 선강퉁 종목 및 선전지수도 자유롭게 조회·주문 가능하도록 발전시켰다. 선전거래소와 협의해 전 고객에게 무료 시세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정기적으로 중국 관련 투자세미나를 개최하고, 선강퉁 종목에 대한 자료를 발간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가 화면과 종합주문 화면에서 종목 코드만 입력하면 상하이, 선전, 홍콩 종목을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해외주식 매매 서비스에 선강퉁 매매 시스템을 추가한다. 시세 조회 등은 이미 개발 완료된 상태이며, 주문 서비스는 선강퉁이 보다 구체화되는 상황에 맞춰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스템 개발뿐만 아니라 중국시장 전문 리서치 인력을 확보해 고객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선강퉁 시행과 관련한 직원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투자자 대상으로 선강퉁 관련 오프라인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방송 채널K에 매월 1회 중국 현지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선강퉁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유망 종목과 섹터를 추천한다.
대만계 증권사 유안타증권은 일찌감치 선강퉁 개시에 대비했다. 지난해 말부터 선강퉁 예비 투자정보를 수집해 리서치활동을 실시했고, 올해 4월에는 대만 유안타와 협력해 선전A시장에 상장된 유망기업 탐방을 진행했다. 특히 자사 인공지능 HTS(홈트레이딩시스템) ‘티레이더’에 선강퉁 주식 매매를 시스템을 갖춰 신규 고객 유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후강퉁 주식매매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한 삼성증권은 선강퉁도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중국 중신증권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삼성증권은 선전증시 상장기업에 대한 리서치정보를 대거 확보했으며, 프라이빗뱅커(PB)들을 선전에 보내 현지 분위기를 체험토록 했다.
이밖에 NH투자증권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3~4월 선강퉁 모의투자대회를 실시했고, 현대증권은 5월 선강퉁 관련 투자세미나를 열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달 초 중국 현지투자자문사인 상해K투자자문사와 MOU를 맺었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미 선강퉁 관련 펀드 상품도 내놨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 차이나심천100인덱스 펀드’ 라인업을 판매하고 있으며, 신한금융투자도 상해A주와 심천A주에 동시 투자하는 ‘신한명품 중국본토 자문형 랩 B형’을 출시했다. SK증권은 중국 주식 일임형 랩 상품에 선강퉁 종목을 포함할 예정이다.
그러나 중국 자본시장 개방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해도 우리가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중국은 증권 및 자산관리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을 49%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업무 범위도 제한적이다. 점진적으로 외국 자본에 문을 열고 있지만 전격적인 규제 완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일각에서는 우리 증권사들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금융투자업체들은 현지 자본과 합작 등을 통해 본토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말 기준 96개 현지 자산운용사 중 절반에 가까운 40개가 외국계 자산운용사였지만 이 중 한국계는 하나도 없다. 아직 국내금융투자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규엽 한중금융센터장 겸 제주대 겸임교수는 “국내에서 선강퉁 주식을 분석·선별하기엔 정보의 신뢰 수준에 한계가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전략적 지분 투자를 통해 현지 고급 정보를 얻고,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해 현지 애널리스트를 채용하고 선강퉁을 위한 본격적인 길을 닦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