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해외 인수ㆍ합병(M&A)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국가로 부상했다고 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 규모는 올 들어 9월까지 1739억 달러(약 193조3246억 원)로 전년보다 68% 급증했다. 미국은 1~9월 기준으로 지난 2008년 이후 세계 1위 국가 지위를 지켰으나 올해 중국에 자리를 내줬다고 딜로직은 전했다.
올해 중국 기업들은 601건의 해외 M&A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41건을 넘어 사상 최대 건수다. 중국화공집단공사(켐차이나)가 스위스 농업기업 신젠타를 467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전체 M&A 금액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한편 M&A 활성화에 중국 투자은행(IB) 부문 매출도 올해 첫 9개월간 62억 달러로 전년보다 27% 늘면서 사상 최대치 기록을 세웠다. 이는 전 세계 주요 IB은행들이 매출 부진에 고전하는 것과 대조된다.
그러나 안보 등을 이유로 세계 각국에서 중국 M&A 활동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것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올해 42건, 358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 해외 M&A가 무산됐다. 이 또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기술 부문에서 10건, 101억 달러의 M&A가 성사되지 못했다. 그 중에는 칭화유니그룹의 38억 달러 규모 웨스턴디지털 투자 철회와 차이나리소시스&화캐피털의 25억 달러 규모 페어차일드반도체 인수 실패 등이 있다. 인수 대상 기업 모두 정부의 규제 우려를 가장 큰 실패 이유로 꼽았다.
언스트앤영의 케이스 포그슨 아시아ㆍ태평양 금융서비스 부문 선임 파트너는 “외국 규제당국은 호주의 토지권과 산업 보호, 미국의 안보 우려 등 자국 국익 보호에 민감하다”며 “호주 키드먼 부동산 프로젝트와 영국의 힝클리포인트 원자력 발전소 등이 난항을 겪은 것은 중국의 활동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두 건의 M&A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건수가 많아질수록 투자를 받는 국가에서도 정치적 이유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