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가 지난달 2조원 가량이 늘며 23조원으로 증가했다. 시중자금이 은행권 보통예금에서 연 4% 후반대의 금리를 주는 증권사 CMA로 빠르게 갈아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증권사 CMA 잔고는 한 달 전에 비해 1조8168억원 늘어난 23조1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8조6630억원에 머물던 CMA 잔고는 불과 8개월만에 165.7%(14조3563억원)나 급증했다.
계좌수도 363만개로 지난 7월말에 비해 34만개 늘었다. 지난해 말 144만개와 비교하면 218만개(151.3%) 불어났다.
CMA는 주식투자 등에 투자하고 남은 고객예탁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고수익 상품에 투자해 실적을 배당하고, 은행과의 연계를 통해 수시입출금, 이체, 결제 등 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2003년 국내에 최초로 도입됐다.
증권사 CMA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은 은행 예금에 비해 높은 이자율이 부각되면서 은행권의 수신자금이 증권사 CMA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게 주된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은행 보통예금의 경우 연 0.1~0.3%의 수준의 이자를 제공하는 반면 증권사 CMA는 연 이자율이 4% 후반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말 현재 51개 예금은행의 은행예금(실세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 잔액은 533조9860억원으로 지난해말(551조6271억원)에 비해 17조6411억원 줄었다. 대표적인 단기상품인 실세요구불예금(입·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이자를 거의 지급하지 않는 예금)에서 6조1131억원, 정기예·적금과 같은 저축성예금(일정기간 예치하면 이자를 지급하는 예금)에서 11조5280억원이 각각 빠졌다.
올해 증시 활황을 배경으로 은행권 자금이 펀드나 고객예탁금, CMA계좌로 흘러들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최근들어 은행들의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급여이체 통장의 금리를 최고 연 4%대로 인상하기 시작한 것.
증권사 CMA로의 자금 유입은 이밖에 기존의 단기 자금 운용처로 쓰이던 MMF가 미래가격제(익일가 기준 결제) 시행으로 투자 매력이 낮아진 것도 한 몫하고 있다.
게다가 증권사들이 CMA 고객유치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재 CMA를 취급하는 증권사는 지난해 6월 7개사에서 20개사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