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논란을 빚으며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42)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이 대법원에서 1년 4개월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2심 선고까지 불과 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던데 비해 대법원이 지나치게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은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일을 잡지 않고 있다. 검찰의 상고로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8일 대법원에 접수됐다. 일선 법원에서는 사건 접수 이후 2년이 지나면 '장기미제'로 분류한다.
재판부는 공중이 아닌 육로에서 회항하도록 한 행위가 항공법상 금지되는 '항로변경'인지에 관해 전례가 없어 해외사례 등을 심층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이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무죄로 판단하고 위계 공무집행방해 등 다른 혐의만을 인정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육로에서의 회항도 항로변경이라고 주장하며 상고했다. 만일 대법원이 항로변경죄를 유죄판결한다면,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의 형량이 달라진다.
대형로펌의 한 중견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1년 4개월이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볼 수 없지만, 법리 검토만을 하는 상고심에서 사안이 복잡하지 않은 사건을 너무 오래 쥐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구속기간 제한이 없는 사건이고, 선례가 없는 만큼 대법원이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다.
당초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4년 12월 5일 뉴욕 JFK 공항을 출발해 우리나라로 출발하던 대한항공 KE086 항공편에 탑승하고 있던 조 전 부사장은 견과류의 일종인 마카다미아넛 제공 서비스를 이유로 고성을 지르고 항공기를 돌려 박창진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의 고압적인 행동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고, 시민단체가 고발한 바로 다음날 이례적으로 빠르게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은 같은달 30일 조 전 부사장을 구속했다.
비난 여론이 거센 이 사건은 재판도 신속하게 진행됐다. 서울서부지법은 기소된 지 한달만인 지난해 2월 12일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단 2번의 심리만을 열고 지난해 5월 22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