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스마트폰은 위험해”…인도 스마트폰 보급 남녀격차 두 배

입력 2016-10-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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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요리사 출신인 발비르 씨는 자신의 딸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았다. 돈이 없어서 사주지 못한 것이 아니다. 요즘 인도에서는 50달러만 주면 스마트폰을 쉽게 살 수 있다. 그가 딸들에게 허용하는 것은 인터넷은 안되고 전화통화만 가능한 휴대폰이 전부다. 발비르 씨는 딸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 이유로 “휴대폰이 내 딸들을 타락시키는 자유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생겨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에는 연애결혼을 원하거나 남자랑 도망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기술 발달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회평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 중 하나인 인도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남녀 격차가 커지면서 여성들이 새로운 기술과 그로 인한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천만 명의 인도 여성이 자신의 아버지나 남편에 의해 스마트폰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이동통신사업협회(GSMA)에 따르면 인도에서 스마트폰을 가진 여성보다 남성이 약 1억1400명 더 많다. 비율로 따지자면 인도에서 남성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43%인 반면 여성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8%였다. 남녀 스마트폰 보급률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인도는 이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직장을 구하고, 은행업무를 보고, 공부를 하며 기차표를 예매하는 등 여러가지 활동이 가능해졌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부분 남성, 일부 여성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디지털권리재단(DEF) 설립자인 오사마 만자르는 “휴대폰 특히 스마트폰은 양성평등에 있어서 가장 큰 숙제가 되고 있다”면서 “여성이 스마트폰을 갖지 못함으로써 여성을 위한 기회나 경제 참여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세계에서 남녀차별이 심한 국가로 손꼽힌다. 일단 남녀 선호사상 영향으로 남성 인구가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남아보다 여아의 영양실조 비율도 높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 교육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투자한다. 여자는 시집 가버리면 출가외인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도시 외곽으로 갈수록 더 심해지는데 일부 시골 마을에서는 미혼 여성이 휴대폰을 소지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우타르프라데스 주의 바그팍 지구는 18세 이하 소녀들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다. 이 지역의 한 남성은“휴대폰은 여자에게 매우 위험하다”면서 “휴대폰이 여성들의 성적 문란함이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업체들과 IT 기업들은 스마트폰에 대한 남녀격차가 해소된다면 휴대폰 판매 잠재 성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SMA는 여성이 남성만큼 휴대폰을 보유하면 세계 휴대폰 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의 경우는 35억 달러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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