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금융투자 플랫폼인 ‘로보어드바이저(로봇+어드바이저 합성어)’ 관련 상품이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지 반년을 넘겼다. 다수의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증권사, 은행이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펀드상품도 7개로 늘어나는 등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규모나 성과가 아직 미약해 시장 발전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1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화된 알고리즘으로 방대한 빅데이터를 수집,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싸고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한 점도 매력이다.
로봇 투자 시대를 연 첫 상품은 4월 키움투자자산운용과 쿼터백자산운용이 합동으로 출시한 채권혼합형 상품인 ‘키움 쿼터백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다. 뒤이어 채권형, 주식혼합형, 주식형, 우량채권형 등 여러 유형으로 확대 출시됐다. 지난달에는 NH아문디자산운용이 ‘디셈버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공모형 펀드’를 출시하면서 관련 펀드도 7개까지 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이들 펀드의 총 설정액은 509억 원, 순자산은 514억 원으로 집계됐다.
AI 관련 전문기술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로봇 펀드 개발 기술을 보유한 전문업체나 운용사도 존재감이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해당 서비스의 신뢰성 및 안정성 확인을 위한 금융당국의 테스트베드에 은행 5곳과 증권사 6곳,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보유업체 15곳, 자문·일임업자 3곳 등 총 29개사의 36개 알고리즘이 도전장을 내밀어 사전심사를 통과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위원회는 올 10월부터 내년 4월까지 6개월간 테스트베드를 운용할 계획이다.
다만 전체 시장 비중은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만큼 투자금이나 수익률 등 당장의 성과를 따지는 것에 조심스런 모습이다.
현재 시중에 나온 7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키움운용의 대표 상품인 ‘채권혼합-재간접형 A1’의 경우 19일 기준 최근 한 달 수익률은 -1.01%를 기록했다. NH아문디의 ‘채권혼합-재간접형 ClassCi’의 수익률도 같은 기간 -1.54%였다.
NH아문디의 한 관계자는 “성과는 사실상 제로 상태다. 시장이 초창기라 아직 적응 단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