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 통신업체 AT&T가 22일(현지시간) 종합미디어그룹 타임워너 인수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인수·합병(M&A)가 최종 성사되면 유통과 콘텐츠 생산을 아우르는 통신·미디어 공룡기업 탄생하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T&A는 이날 타임워너 주식을 주당 107.50달러, 총 854억 달러(약 97조원)에 인수하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타임워너의 21일 종가가 주당 89.48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금액은 타임워너 시가총액에 2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AT&T는 인수대금의 절반은 현금, 나머지 절반은 주식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타임워너의 신규 부채까지 포함하면 AT&T가 지불하는 금액은 총 1087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인수협상은 미국 통신·미디어 업계에서는 2011년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설의 인수합병(M&A) 이후 최대이며 올해 글로벌 M&A 가운데서도 가장 규모가 큰 협상이다. 지난 5월 바이엘과 미국 종자업체 몬산토 합병안(660억 달러)이 올해 최대 M&A였다. 타임워너의 시가총액은 680억 달러, AT&T의 기업가치는 233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타임워너는 HBO와 CNN 등 방송사 외에도 영화사 워너브라더스 등 우수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종합미디어 그룹이다. AT&T가 타임워너를 확보하면서 단숨에 인기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제까지 타임워너가 다양한 인기 콘텐츠를 보유한 만큼 이 회사에 눈독 들인 기업은 많았다. 지난 2014년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21세기 폭스사가 주당 85달러, 총 750억 달러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퇴짜맞았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도 AT&T보다 먼저 타임워너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불발에 그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 논의는 지난 8월 초부터 시작됐다. 이날 제프리 뷰케스 타임워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합병안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지난 8월 랜달 스티븐슨 AT&T CEO가 타임워너의 뉴욕 사무실에 찾아와 콘텐츠 유통에 대한 청사진을 밝히면서 인수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스티븐 AT&T CEO는 이동통신 업체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의 도약을 구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콘텐츠 확보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AT&T는 위성TV사업체인 디렉TV를 485억 달러에 인수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타임워너와 이를 유통할 수 있는 통신망을 가진 AT&T의 합병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스티븐슨 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타결 소식을 밝히면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산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두 회사의 완벽한 만남”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AT&T와 타임워너가 M&A 합의에 도달했지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이라는 숙제가 남게 된다. 만약 이번 계약이 당국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 AT&T는 타임워너에 5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FCC가 양사 합병을 면밀히 조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FCC가 미국 이동통신사들의 성장을 제한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은 TV나 미디어업체와의 합병을 시도하는 추세다. 로저 엔트너 레콘애널리틱스 애널리스트는 “모든 것의 변수는 FCC가 될 것”이라면서 “규제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도 이날 “대통령이 되면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을 막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거래가 방송·통신의 융합이라는 면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며, 다른 경쟁업체의 인수합병을 촉발하면서 업계의 지형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