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대중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반 자동차보다 비싼 가격과 필요할 때 충전할 수 없는 빈약한 인프라가 첫 번째다. 이에 못지않은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일반 자동차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짧은 주행거리가 그것이다.
대체로 주행거리가 약 150~200㎞에 불과한 전기차는 출퇴근 등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선뜻 장거리 주행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충전 인프라와 최대 주행거리는 맞물리며, 대중화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들은 ‘주행거리 늘리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내년 국내 출시를 앞둔 GM의 ‘볼트EV’가 그 선두주자다. 볼트EV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최대 주행거리 383㎞(238마일) 인증을 받았다. 현재까지 출시된 전기차에 비해 최대 두 배가량 긴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최대 주행거리 400㎞에 가까운 볼트EV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주행거리와 견줄 수는 없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크게 불편함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르노는 1회 충전 후 150㎞였던 주행거리를 400㎞(NEDC 인증 기준)까지 늘린 ‘조에(ZOE)’ 신모델을 출시했다. 르노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지난달 29일 파리모터쇼 기자회견에서 “조에는 10월부터 소비자에게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며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린 전기차”라고 자신했다.
세계 최대의 전기차 판매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자동차 기업 BYD도 독일의 다임러와 합작해 주행거리 400㎞의 ‘덴자(Denza)’를 선보였다. 또 내년 양산이 예정된 테슬라의 ‘모델3’는 주행거리가 346㎞에 달한다. 고급형인 ‘모델S’나 ‘모델X’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지만, 가격은 절반(약 3만5000달러) 수준이어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차는 주행거리 경쟁에서 아직은 열세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지난 5월 정부 연비 인증절차를 통해 1회 충전 주행거리 191㎞를 공인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