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부족에 시달리는 이집트가 사태 해소를 위해 초강수를 잇따라 두고 있다.
이집트중앙은행은 3일(현지시간) 자국 통화인 이집트파운드화 가치를 종전보다 48%나 절하하고 고정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전환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앙은행은 이날 달러·파운드 기준환율을 13파운드로 제시했다. 이는 이전 8.88파운드에서 48% 절하한 것이다. 또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시장의 공급과 수요 현황을 반영할 수 있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했다.
이집트는 정치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관광수입이 급감하는 등 경제난이 심화했다. 이에 자본유출이 극대화되고 달러화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정부가 백기를 든 셈이다. 암시장에서 달러화가 거래되는 것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
중앙은행은 “변동환율제 도입은 이집트 외환시장의 왜곡에 맞서기 위한 조치”라며 “이는 시장 수요와 공급을 효율적으로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만성적 외화부족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자 기준금리도 14.75%로 종전보다 3%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이집트는 올 들어 세 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이집트는 앞서 지난 3월에도 달러화 부족으로 통화가치를 13% 평가 절하했다. 당시 자동차업체들이 부품 수입선에 줄 달러화가 없어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이집트는 호스니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끝냈지만 이후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하면서 외국인 투자가 급감한 가운데 지난해 10월 시나이반도에서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달러화 수입의 원천인 관광산업이 막대한 타격을 봤다. 글로벌 무역 감소에 수에즈 운하를 통한 외화벌이도 신통치않았다. 이집트 외화보유고는 2011년의 360억 달러(약 41조 원)에서 현재 약 195억 달러로 축소됐다. 이에 이집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고자 전격적으로 금융정책을 수정했다고 FT는 전했다. IMF는 지난 8월 합의된 120억 달러 규모 구제금융을 집행하려면 변동환율제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집트 정부는 판매세를 도입하고 전력 보조금을 줄이는 등 일련의 개혁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