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 구축 사업이 최순실 씨 측근인 차은택 씨가 만든 회사를 통해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 존재 의미마저 잃고 있다. 대기업에 의존한 운영 형태도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와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낳는다.
‘문화 융성’도 박근혜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다. 올해 900억 원, 내년 1200억 원 넘는 예산이 배정돼 있을 정도로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인 문화창조융합벨트 역시 최순실 씨 측근인 차은택 씨가 총괄했다고 알려지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중심에 서 있다. 문화 콘텐츠 기획부터 유통까지의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라고 하는데, 창조 경제와 마찬가지로 개념이 모호했으며 그럼에도 왜 사업은 날로 덩치가 커졌는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순실 의혹이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궁금증도 하나씩 풀려나갔다.
이해할 수 없는 인사도 마찬가지다. 최순실이라는 퍼즐을 들이대는 순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한 김진선, 조양호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경질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최순실 게이트 정국으로 국정 핵심과제들이 줄줄이 올스톱의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이미 짠 내년 예산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미 국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야당 소속 예결위원들은 미래창조과학부가 편성한 내년도 창조경제 관련 핵심 예산 950억 원 중에서 절반 가까이(약 500억 원)를 삭감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물의를 빚었던 ‘최순실·차은택 의혹’과 관련된 문화창조융합벨트 예산 중 일부를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두 번째 대국민 담화를 통해 우리나라 미래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 온 국정과제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 찍히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일부 잘못이 있어도 동력만큼은 꺼트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불법 이권이 개입된 정부사업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예산 낭비가 반복될 수 있다. 도덕적 해이도 뿌리 뽑지 못하게 된다. 불법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는 결단만이 제2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정부의 깜깜이 예산 편성 시스템도 이번 기회에 재정비해야 한다. 베일에 싸여 있는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회의 예산감시 기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