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신약’이자 ‘미충족 수요(Unmet needs)’ 의약품의 위력이다.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의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가 국내 본격 발매 5개월만에 전체 의약품 중 매출 1위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1일 의약품 조사 업체 IMS헬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길리어드의 ‘소발디’가 409억원의 매출로 전체 의약품 중 1위에 올랐다. 소발디는 지난 몇 년간 국내 의약품 시장 판도를 주도했던 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316억원), 길리어드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296억원) 등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소발디는 지난해 9월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12주 투여 약값이 4000만에 육박해 수요가 많지 않았다. 지난 5월 보건당국과의 약가협상을 거쳐 1정에 25만7153원의 보험상한가를 받고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본격 발매 5개월 만에 전체 의약품 중 매출 1위에 등극한 셈이다.
여전히 환자들의 소발디 약값 부담금은 한달에 2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높은 수준이지만 뛰어난 약효로 단기간에 시장을 평정했다.
발매 1년차에 전체 의약품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통상 신약 제품들은 발매 이후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3~5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마케팅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약값이 비싸더라도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의약품은 시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교훈이 확인된 셈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에서도 소발디는 528억원의 매출로 8위에 올랐다. 다른 의약품에 비해 절반만 팔고도 단숨에 10위권 이내에 진입했다.
화이자의 장수 브랜드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는 복제약(제네릭)의 역공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며 첫 매출 1위 등극 가능성을 높였다.
지난 1999년 국내 발매된 리피토는 지난 2008년 특허만료 이후 국내 시장에서 무려 100여개의 제네릭 제품이 등장하며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한국인 연구자료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효과적으로 시장을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데 발매 27년 만에 선두에 오르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길리어드의 ‘비리어드’가 3분기 누계 860억원의 매출로 리피토를 바짝 뒤쫓았다. 지난 2012년 국내 발매된 비리어드는 2013년 428억원, 2014년 727억원어치 팔리며 돌풍을 일으킨 약물이다. 지난해 980억원으로 전체 순위 4위에 껑충 뛰어올랐고 올해는 매출 1000억원 돌파를 사실상 예약했다.
비리어드는 미국에서 지난 2008년 8월 B형간염치료제로 사용허가를 받았지만 2001년부터 에이즈치료제로 사용된 약물이다. 국내 도입 시기는 경쟁약물인 ‘바라크루드’보다 다소 늦었지만 기존에 해외에서 수십만명이 10여년간 복용하면서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받으며 국내 도입 이전부터 의료진과 환자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에 반해 바라크루드는 지난해 말 특허만료 이후 60여개 제네릭 제품이 시장 진입한데다 보험약가도 대폭 깎이면서 매출 감소폭이 컸다.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은 64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9% 하락했다. 2011년부터 5년 연속 매출 1위 자리를 독주했지만 올해는 4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말부터 녹십자와 손잡고 영업을 진행 중이지만 하락세를 멈추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밖에 로슈의 항암제 ‘허셉틴’과 ‘아바스틴’,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 MSD의 대상포진예방백신 ‘조스타박스’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국내제약사가 개발한 제품은 단 1개 품목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