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5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타이어는 현재 전 세계 약 180개국에 타이어를 수출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운영 중인 해외 법인만 20여개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의 지분율은 100%다.
◇ 국내 최초로 해외 물꼬 튼 75세 한국타이어 = 지금으로부터 50여년전 국내 한 타이어업체가 업계 최초로 첫 해외수출에 성공했다. 한국타이어가 바로 그 주인공.
한국타이어의 전신은 1941년 설립한 조선다이아공업이다. 설립 1년 만에 공장을 준공해 타이어 생산을 시작, 20년 만인 1962년 국내 최초로 파키스탄에 타이어를 수출한 것이다.
1967년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는 조선다이아공업을 사들였다. 이듬해 2월 ‘한국타이어제조’로 상호를 변경하고 같은해 12월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에 상장했다. 1980년 한국타이어는 설립 40여년 만에 1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1984년 조홍제 회장이 타계하자, 아들인 조양래 회장이 한국타이어어제조를 물려받았다. 1년 뒤 한국타이어제조는 효성그룹에서 분리됐으며 조양래 회장은 3년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1999년 2월 ‘한국타이어’로 상호를 변경했고, 2012년 9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주)로 이름을 바꿨다. 이와 동시에 타이어사업 부문은 분할해 법인 한국타이어를 신설하고 유가증권시장에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투자회사)와 신설법인 한국타이어(사업회사)로 재상장했다.
◇ ‘지배력 강화·승계 본격화’ 2마리 토끼 지주사 전환 = 3년여 전 한국타이어는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했다. 2013년 11일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사가 될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상장 자회사(한국타이어)의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한국타이어 주식을 공개 매수하면서 보유 지분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당시 공개매수는 기존 한국타이어 최대주주인 조양래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참여로 이뤄졌다. 조 회장은 보유한 한국타이어 지분 중 5.49%, 장남 조현식 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차남 조현범 전 한국타이어 사장도 각각 5.14%, 5.03%의 지분을 한국타이월드와이드 주식으로 전환했다.
공개 매수 결과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 지분율을 기존 4.60%에서 25.00%까지 끌어올렸다. 2016년 11월 현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타이어 지분 25.2% 외에도 아스트라비엑스 74.9%, 엠프론티어 40.0%를 보유 중이다. 한국타이어는 대화신기(95%), 엠케이테크놀로지(50.10%), 한국동그라미파트너스(100%), HK모터스(100%) 외에 20여개의 해외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지주사 전환 이후 조 회장 일가가 보유 중이던 한국타이어 지분은 줄었다. 반면 한국타이월드와이드의 지분은 기존 36.22%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높아진 셈이다.
◇ ‘형은 신먹거리, 동생은 타이어’ 구도 깨버린 아버지 = 지난해 7월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은 동생 조현범 사장이 거느리고 있는 한국타이어의 마케팅본부장(사장)으로, 조현범 사장은 형 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경영기획본부장(사장)으로 발령이 났다. 아버지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작품으로 조현식·조현범 형제의 전문영역을 서로 바꾸는 이른바 ‘교차 경영’을 결정한 셈이다.
그간 두 형제는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역할 분담을 해왔다는 평가다. 형은 ‘비 타이어’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 확대, 신사업 발굴, 인수합병(M&A)을 통한 그룹 몸집 키우기에 집중해 왔다면, 동생은 ‘타이어’ 부문에서 연구개발을 통한 품질 경영을 고집하며 국내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의 이 같은 결정은 후계 구도 본격화를 위한 능력 검증의 일환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앞서 두 사람이 그룹 경영 전면에 등장한 시점은 2012년 한국타이어가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회사 ‘한국타이어’로 분할한 이후다. 조현식 사장은 2013년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를 맡게 되면서 그룹 지배력을, 동생인 조현범 사장 역시 같은해 한국타이어 경영운영본부 본부장(사장)에 오르며 경영 전반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갖게 됐다.
경영 일선에 물러나 있던 조양래 회장 역시 분할 시점에 맞춰 한국타이어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조 회장이 24년 만에 복귀하면서 본격적인 오너 경영체체를 구축하게 됐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도 커졌다. 지주사 전환 전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자의 한국타이어 보유 지분율은 35.28%였지만 지주사 전환 이후 오너일가 지분율은 급증했다. 현재 오너 일가(특수관계인 포함)의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율은 73.92%에 이른다. 조양래 회장 지분은 23.59%까지 늘었고, 두 형제도 각각 19.32%, 19.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근소한 차이로 지분을 갖고 경영에 나선 형제는 기존 분야, 바뀐 분야 상관없이 각자의 몫을 얼마나 소화해 내느냐가 후계구도 평가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