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년에 투자 대신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경영 계획을 수립하면서 경제침체 장기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CEO 절반가량은 정치 불안과 민간소비 부진 여파로 국내 경기가 내년은 물론 내후년에도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2.3%’로 전망, 한국은행(2.8%), KDI(2.4%), IMF(3.0%)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보다 부정적으로 예측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59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2017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에 따르면 ‘내년 투자를 유지하는 데 그치거나 축소하는 기업’은 전체의 72.9%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와 성장 모두 심각한 침체 국면에 들어서는 셈이다.
◇정치·사회 불안이 내년 최대 걸림돌… 투자 축소 불가피 = CEO들은 내년 경영환경의 최대 걸림돌로 ‘경기 둔화’보다 ‘정치·사회 불안’을 먼저 꼽았다. 응답자 24.6%가 경영 환경의 주된 애로 요인으로 ‘정치·사회 불안’을 꼽았다. 이어 △민간소비 부진(21.1%) △기업투자심리 위축(14.6%) △보호무역 강화(12.9%) △중국경제 둔화(12.3%)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민간 투자와 소비를 끌어내는 것이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내년도 투자 계획은 축소가 39.6%, 올해 수준 유지가 33.3%, 확대가 27.1%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내년 투자를 유지하는 데 그치거나 축소하는 기업’은 전체의 72.9%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채용 규모는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46.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축소(35.8%), 확대(18.0%) 의견이 뒤를 이었다. 채용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300인 이상 기업(38.6%)이 300인 미만 기업(34.7%)보다 3.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는 내년 경기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날드 트럼프가 당선되는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대통령 ‘사회통합형’ 적합… 경기회복은 ‘2019년 이후’ = CEO들이 선호하는 차기 대통령은 △사회통합형(33.1%) △성장지향형(26.5%) △개혁추구형(21.7%) △안정중시형(16.3%) 순으로 조사됐다. 소통과 화합 능력이 차기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는 의미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반영하듯, 개혁추구형 대통령에 대한 선호는 2012년 6.3%에서 올해 21.7%로 껑충 뛰었다.
CEO들은 내년에도 경기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국내 경기의 회복세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2019년 이후’(47.1%)로 봤다. 반면, 2017년에 회복할 것이라는 응답은 12.8%에 불과했다.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는 81.5%가 ‘장기형 불황’으로 보고 있어 기업의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는 ‘규제 개혁 등을 통한 기업투자 촉진’(43.1%)이 가장 많았다. 이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충(25.3%) △코리아 그랜드 세일 등 소비 진작 대책 마련(12.8%) △최저임금 인상 등 취약계층 소득 향상(9.4%)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