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새해 경영전략 수립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각 그룹의 올해 경영 키워드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내실 경영과 리스크 관리라는 기본 틀은 동일하다. 글로벌 경기 불황에다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 가장 큰 변수로 꼽는 것은 미국 금리인상이 기업 경영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과 모든 경영 판단을 중단시켜버린 정치 리스크다.
우선 국내 30대 대기업 및 대기업 집단은 위기 극복을 위한 2017년 경영 핵심 키워드로 ‘혁신’을 가장 많이 꼽았다. 잇단 악재가 재계를 덮치면서 뼈를 깎는 경영 혁신을 통해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다.
재계 서열 1위의 삼성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결단을 잘 수습하고 갤럭시 브랜드의 명운이 걸린 후속작을 성공적으로 내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동시에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진행 중인 사업 구조조정과 신성장확보 노력에 대한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출범 이후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진 국내시장 점유율을 회복해야 하는 동시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을 극복해야 한다. 정몽구 회장이 78세의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유럽·북미·남미 등 3개 대륙에 걸친 현장 경영에 나선 것에도 이런 위기의식이 바탕이 됐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서든데스’를 언급하면서 일하는 방식, 사업하는 방식, 자산 효율화 등 각 부분에서 예전과 다른 강도 높은 혁신이 예고되고 있다.
재계의 절박함은 또다른 올해 경영 키워드로‘위기’를 꼽은 데서도 드러난다. 30대 대기업 및 대기업 집단 중 7곳이 ‘위기’를 경영 키워드로 내세웠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정치 쓰나미가 경제를 덮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을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통상 12월에 단행하는 인사와 조직개편을 기약 없이 미루며 사업 계획도 확정하지 못한 채 중요한 경영 판단을 유보 중이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사업구상을 위한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이틀에서 닷새로 늘리며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땅에 떨어진 기업에 대한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 9개 기업의 총수들이 국회 청문회에 나가 진땀을 흘리며 각종 의혹에 해명을 해야 하는 모습을 네보이면서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재계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경유착의 근원지로 지목되면서 그 역할과 위상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밖에 재계가 선택한 올해의 경영 키워드는 △신성장동력확보 △비상 △재도약 △사업의 일류화 △수익성 강화 △대선 정국 등이 차지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