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병신년(丙申年)과 2Q17

입력 2017-01-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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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시장부장

1Q84년 덴고는 공기번데기 속 아오마메를 발견하고, 그래도 삶이 희망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몇 명인지도 모를 리틀피플은 덴고 주위에서 회유와 압력 그리고 위협을 자행한다. 심지어 살해 가능성도 내비친다. 덴고와 아오마메는 어디서부터인지도, 언제인지도 모르는 사이에 1984년에서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1Q84년으로 와 버렸다. 한 개의 달이 뜨는 1984년으로 돌아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1Q84년으로 왔던 길을 되짚어가는 길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스트셀러 ‘1Q84’의 내용이다. ‘1Q84’에도 나오지만 1984년은 빅브라더로 유명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연상시킨다. 덴고를 국민, 아오마메를 민주주의 혹은 경제, 리틀피플을 국정농단 세력으로 바꿔 보면 병신년(丙申年)이기도 한 2016년은 1Q84년을 닮아 있다.

2Q16년은 한국 사회와 경제 그리고 자본시장에 충격의 연속이었다. 대외적으로는 정초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했고, 예상치 못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이 줄을 이었다. 미 연준(Fed)의 12월 금리인상은 그나마 예고된 수순인 셈이다.

대내적으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일컬어지는 국정농단 사태가 온 나라를 뒤엎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국정조사, 특별검사,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게끔 한 1000만 촛불의 힘은 그나마 국민이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 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경제 시계는 사실상 멈춰 버렸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4.2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 이후 가장 낮았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상기해 본다면 우리 경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비춘 지표인 셈이다. 지난해 9월 29일 2068.72(종가기준)까지 상승했던 코스피지수도 이 같은 영향에 곤두박질쳤다. 결국 숙원이던 박스피(박스권 + 코스피) 탈출에 실패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아울러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Fed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기존 2회에서 3회로 늘려 잡았다. 그만큼 긴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다는 뜻이다. 반면 브렉시트의 하드랜딩(경착륙) 가능성과 그 과정에서 새로운 복병이 나타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13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이는 경기 대응을 위한 재정통화정책이 한계에 부딪쳤음을 의미한다. 그나마 지난해 4월 20대 총선 후 진행되는 듯했던 구조조정은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저녁을 같이했던 전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이번 사태를 5막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경제적 결말이 위기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빠른 대외상황 변화 속에 대응할 경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 그가 비극적 결말을 걱정하는 이유다.

이 상황의 정치적 5막도 자칫 비극으로 끝날 개연성이 있다. 탄핵의 결말을 보지 못했고, 병신년 들끓었던 리틀피플 세력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조기에 대통령 선거를 치를 가능성도 높지만,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결과와 같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결국 이번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키는 것만이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부가 그토록 외쳤던 ‘비정상의 정상화’의 길이다. 특히 경제에 숨통을 틔우고 자본시장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2Q16년을 살았던 국민이 2017년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을지, 여전히 2Q17년을 살아갈지 기로에 선 때다. 다만 촛불로 대변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힘은 이 같은 물음에 상당 부분 답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2Q17’이 자꾸만 2017년 2분기(4 ~ 6월)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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