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7’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삼성과 LG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주도권 경쟁이다. CES 개막 직전 열리는 미디어행사 등에서 삼성은 3세대 퀀텀닷을 내세운 ‘QLED TV’로 LG전자는 벽지 형식의 신개념 ‘OLED TV W’를 전시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업계에선 이번 CES에서 앞으로 10년의 세계 TV시장 판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3일 삼성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킵 메모리 얼라이브 센터에서 전 세계 200여 개 미디어가 모인 가운데 QLED TV(88인치형 Q9F·75인치형 Q8C)를 선보였다. QLED TV는 퀀텀닷 입자에 메탈을 적용하는 새로운 기술로 화질의 수준을 대폭 높였다. 이 제품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콘텐츠 제작 기준의 색영역을 정확하게 구현할 뿐만 아니라, 더 세밀한 기준인 컬러 볼륨까지 100% 구현한 세계 최초의 TV다.
QLED TV는 메탈 퀀텀닷 기술을 바탕으로 더 깊은 검정색을 표현할 수 있고 TV 시청 시 주변 조명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밝거나 어두운 어떤 장면에서도 뛰어난 명암비를 제공한다. 더불어 최적화된 패널 구조를 적용해 어느 위치에서나 색의 왜곡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넓은 시야각을 구현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2017년은 QLED가 TV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QLED TV는 초고화질 시청 경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HDR(High Dynamic Range·고명암비) 구현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이제 TV 시장에서 더 이상의 화질 경쟁은 무의미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LG전자는 4일 개최하는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시그니처 OLED TV W’를 발표하고, 삼성의 선전 포고에 맞불을 놓는다. 제품명에 붙은 ‘W’는 벽(Wall)을 뜻하는 이니셜이다. 벽지처럼 얇게 만들어 액자 형태로 벽에 거는 것은 물론, 붙일 수도 있는 형태다. 2015년 LG디스플레이가 벽지형 TV를 시제품으로 공개했으며, 양산품으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는 올해 새로운 형태의 OLED TV를 출시해 ‘LG전자=OLED’라는 공식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독자적인 나노셀 기술을 적용한 ‘슈퍼 울트라 HDTV’도 내놓으며 프리미엄 LCD TV 시장 석권 의지를 다졌다.
삼성과 LG는 2013년 CES에서 각각 OLED TV를 공개한 바 있다. 백라이트가 필요한 LCD와 달리 입자 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OLED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수율 문제 등으로 OLED TV를 포기하면서 양사의 행보가 엇갈렸다. 퀀텀닷으로 전략을 수정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QD비전을 인수하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올해는 ‘QLED’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시하며, 새로운 마케팅 카테고리를 만드는 모양새다. LG전자에 이어 중국 업체들과 일본 소니가 OLED TV 진영에 가세함에 따라, 타 TV업체들과 손잡고 QLED 생태계를 키우는 등, 본격적인 진영 간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현석 사장은 “앞으로는 사용성, 디자인 등 모든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불편을 완벽하게 해소해 주는 것이 좋은 TV의 기준이며, QLED TV가 그 기준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