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인근의 치킨집 사장 A씨는 고병원성 조류독감(AI)과 식용유 공급 물량 부족에 대해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겨울철 성수기이지만 AI가 장기화되면 소비자들이 치킨을 외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용유 대란까지 일어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튀김 음식이 주 메뉴인 치킨업계는 당장 피해를 볼 수 있다.
성북구 인근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씨는 “본사를 통해 식용유 값이 2000~3000원 더 오른다고 들었다”며 “수급이 불안정해 미리 받아놓기는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닭값이 오른 상황은 아니지만, 만약 오른다면 가격 인상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유독 북적이는 분위기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 C씨는 겉보기와 달리 AI로 매출이 줄었다고 한탄했다. C씨는 “닭 공급에는 문제가 없는데 AI 때문인지 전보다 손님이 준 것은 사실”이라며 “AI로 식용유 가격이 인상한 것 같은데 브랜드 특성상 올리브유를 사용하고 있어 크게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식용유 값 인상은 AI로 사료로 처분되지 못하는 콩 껍질 때문에 식용유 공장이 제조에 들어가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AI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식용유 대신 올리브유, 해바라기씨유 등 다른 원료들로 만든 식용유 사용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업계는 단가가 높아 영세 영업자가 업소용으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식용유 부족의 원인은 지난해 남미에서 발생한 홍수로 아르헨티나 등 주요 산지의 콩 재배량이 줄고 품질도 떨어져 업소용 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 업소에 B2B(기업 간 거래)로 공급되는 제품이다. AI 사태로 식재료에 타격을 받는 치킨집 등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돼버렸다. 이에 가격 인상이나 공급을 중단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한 닭강정 집에서 치킨을 먹고 있던 최아영(24) 씨는 “현재 치킨 가격도 비싼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AI에 이은 식용유 대란으로 가격을 인상한다면 더이상 치킨을 사먹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조상우(27) 씨도 “평소 치킨을 즐겨 먹는 편인데 미리 먹어둘 수도 없어서 다른 메뉴를 찾아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식용유 공급 물량 부족 현상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쯤 풀릴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미국산 콩기름 원유를 수입 후 다음 달부터는 아르헨티나산 콩기름 원유 수입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I나 식용유 대란은 현재보다 앞으로 어떻게 벌어질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AI가 가라앉는 데는 1년이 걸릴 수 있어 치킨업체 등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전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