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진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7’이 8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지난 5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CES는 정보기술과 가전의 최첨단 기술 향연의 장으로 그 영향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특히 지난해까지의 CES가 혁신 기술 경쟁의 전쟁터였다면 올해는 ‘사용성’ 경쟁으로 중심축이 이동한 것을 체감하기 충분했다. 올해 CES는 이종산업 간 ‘융합’과 그 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연결성’을 핵심 주제로, 자율주행차ㆍ스마트홈,·인공지능(AI) 등 최근 몇 년 사이 ICT(정보통신기술)산업의 화두가 됐던 신기술들이 실체를 드러냈다.
이번 CES에는 가정용 로봇이 대거 등장해 ‘로봇 대중화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특히 CES 최초로 ‘로봇 포 더 리얼 월드(Robot for the Real-World)’라는 주제를 내건 로봇 전용 전시관이 운영되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CES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지만, 이 회사의 AI 솔루션인 ‘알렉사(Alexa)’를 채택한 응용 제품과 서비스는 CES에서 수없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현지 매체들은 “이번 CES의 진정한 승자는 아마존”이라는 평가를 내놓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알렉사는 자연어를 통해 제어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다. AI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등의 막대한 인프라가 필요하지만, 아마존은 개방 전략을 바탕으로 우군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 레노버는 알렉사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어시스턴트’를 공개했고, 중국 화웨이는 스마트폰 ‘아너9’에 알렉사를 탑재했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도 알렉사를 실은 커넥티드 카를 전시했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음성을 인식해 제품을 동작시키는 것을 넘어, 올해는 클라우드와 딥 러닝을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 판단하는 한층 진화한 스마트 가전제품들이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계의 시각도 있다. 아마존은 알렉사의 기능은 공개하지만, 클라우드에 축적되고 딥 러닝을 통해 발전되는 막대한 데이터는 공유를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마존이 알렉사를 통해 AI 가전 분야를 독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의 로봇청소기(모델명 파워봇 VR7000)에 알렉사를 적용했지만, 핵심 가전인 냉장고와 TV는 독자적인 솔루션을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비브랩스를 인수하며, 관련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