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앞두고 새로운 전기를 위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의결을 거쳐 낙찰자 7개사(매각물량 29.7%)를 최종 선정함으로써 2001년 정부 소유 은행이 된 지 16년 만에 민영(民營)은행으로 돌아갔다.
◇전 사적 노력으로 민영화 결실 =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후 상업·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한빛은행이 전신이다. 2001년 예금보험공사가 설립한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정부 소유 은행이 됐다.
이후 공자위는 2010년 7월 우리금융 민영화를 의결하면서 공식 매각작업을 처음으로 시작했으나, 유효경쟁에 실패하면서 2014년 4차 시도까지 번번이 실패했다.
5번 째로 추진된 이번 우리은행 민영화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투자자들이 시외이사 추천권을 가질 수 있는 물량인 4~8% 중 자유롭게 택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 임직원의 부단한 노력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이기도 했다.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해 미래의 성장성도 확보하는 등 우리은행을 가치있는 투자 대상으로 만든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직접 유럽, 미국, 일본 등으로 올 상반기에만 3차례 해외 투자유치활동(IR)을 실시하는 등 우리은행 알리기에도 매진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보험사, 증권사, 사모펀드 등이 우리은행과의 시너지 효과 및 향후 성장성을 염두에 두고 대거 참여했다.
투자자별로 IMM PE가 지분 6%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7%(기보유 0.3%)를, 한국투자증권·한화생명·동양생명·키움증권·유진자산운용은 각각 4%로 총 과점주주의 지분 합계는 29.7%이다.
◇종합금융그룹 출사표 = 우리은행이 ‘4전5기’ 끝에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금융권에 상당한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우리은행 민영화라는 새로운 성장동기가 생기면서 리딩뱅크를 둘러싼 4강(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이광구 은행장 취임 후 괄목할 만한 경영실적을 거두었다. 취임 전인 2014년 4000억 원 남짓이던 당기순이익은 2015년 1조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분기마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이미 3분기 만에 전년 실적 1년치 당기순이익을 넘어 1조10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또한 우리은행의 최대 약점이었던 건전성 부문도 개선됐다. 2013년 최고 2.99%였던 부실채권비율(NPL률)은 1.05%, 80% 수준이었던 NPL커버리지 비율은 155.9%까지 개선됐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2017년 5대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해 더 큰 도약을 하고자 한다”며 “금융지주체계 재구축을 통해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 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1년 설립된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를 위해 몸집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지방은행 등을 매각한 뒤 2014년 우리은행으로 흡수됐다. 하지만 은행 체제로 바뀌면서 자회사의 위험가중자산 연결에 따른 은행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 및 이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증가 등으로 지주체제로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월 금융위 주관으로 열린 예비입찰자 대상 프레젠테이션에서 이광구 은행장은 이러한 지주체제 전환의 당위성를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행장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형태의 지주사 설립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밝히며, 증권사 등 인수합병(M&A) 등은 차후로 미루고 현재 보유한 우리카드 등의 계열사로만 지주사를 설립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지주사 효과’부터 구현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전문가 집단지성으로 합리경영 체제 구축 = 우리은행은 민영화에 따라 새로운 경영체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4% 이상 지분 투자자에게 1명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했는데, 7곳의 과점주주 중 미래에셋과 유진자산운용을 제외한 5곳이 추천의사를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 이사회를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중심으로 꾸리기로 했다.
이는 과점주주들이 협력해 금융회사를 경영하는 사실상 국내에서 첫 사례로 다양한 성격의 과점주주들이 기업가치 제고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집단지성과 경험을 통해 ‘합리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