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긴 조선사 ‘빅3’ 임금ㆍ단체협약 협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유가 안정으로 해양플랜트 부문이 살아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출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선사들은 생존을 외치며 경영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강 대 강’ 노사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전체 조합원 1만5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새해 첫 파업이자 ‘2016년 임단협’으로는 16번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수가 적어 생산 차질은 거의 없다”면서 “자동차의 경우 직원들이 손을 놓으면 생산라인 전체가 올스톱되지만, 선박은 해당 공정을 일시 중단하고 다른 작업을 먼저 하면 되기 때문에 파업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말 교섭에서 노조에 △월평균 임금 3만9000원 인상 △격려금 100%+150만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월평균 임금 9만6712원 인상 △100명 이상 매년 해외 연수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주장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여기에 분사에 따른 추가 구조조정도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통합서비스 부분(현대글로벌서비스)을 분사하고 본사 인력 190여 명을 내보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 노조가 금속노조에 복귀했다”며 “노조가 금속노조의 힘을 등에 업고 강변 일도로 나온다면 노사 갈등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맏형’을 바라보는 ‘아우(대우조선)’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대우조선 노사는 지난 5일 새해 첫 교섭을 가졌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노조는 직원들 고용 보장과 하청근로자 처우 개선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수용 불가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노사 모두 ‘채권단 지원’이라는 대전제를 공유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팽팽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9월 이후 만남조차 갖지 못했다. 노동자협의회는 선거를 통해 새 집행부를 꾸렸지만, 사측은 ‘최순실 게이트’ 여파에 아직 교섭위원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측은 올해 조선업계가 생사기로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고, 노조는 해양플랜트 호조로 경영환경이 개선될 거라 믿고 있다”며 “노사 간 입장 차가 극명해 설 연휴 이전 임단협이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