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지난 21일부터 1일 현재까지 보수성향 단체들이 점유하고 있다. 지난 30일부터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투신해 숨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조 모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도 설치했다. 서울광장을 점유한 보수단체 측은 광화문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분향소에 비교하며 광장 점유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서울시 측은 31일 행정대집행을 통한 강제철거까지 불사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혀 시측과 보수단체 간의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박사모 회원 조 모씨의 투신을 기리는 분향소가 설치된 지 하루가 된 31일 광장에 모인 보수성향의 시민들은 대체로 격앙돼 있었다. 광장에 시민이 삼삼오오 모인 곳에는 어김없이 야권의 유력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서울광장 점유의 불허 입장을 밝힌 서울시에 대한 욕설과 고성이 섞인 비판이 오고갔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 대통령 풍자화’를 게재해 물의를 빚었던 일에 대해서 “표창원 마누라도 여기 걸어야한다”고 분개하는 박사모 회원도 있었다.
이날에는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맡고 있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분향소에 방문해 조 씨를 조문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오전 “박사모 회원인 조 씨의 조문을 어제 가려고보니 아들들에 의해 거절당했다”고 밝힌바 있지만, 결국 이날 오후 보수단체 측과 합의가 이루어져 조문을 마칠 수 있었다. 김 전 지사가 지나는 길에는 박수와 환호성이 따르며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나 “와주셔서 든든합니다” 등의 격려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뒤따르는 몇몇 소수의 시민은 “이제와서 이쪽에 붙는다는거냐”고 규탄하기도 하고, 이에 “그게 다 우리 쪽으로 대세가 넘어오고 있다는 뜻 아니겠나”라고 맞서는 시민도 등장하며 작은 설전을 벌어지기도 했다. 김문수 지사는 새누리당 비주류 멤버들이 창당한 ‘바른정당’의 주요 구성원들과 함께 비상시국위원회에 참여했었지만 결국 새누리당 내에 주류와 함께 잔류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광장 한 가운데 마련된 상황실에서 광장 점유를 주최한 관계자에게 서울시의 강제철거 검토 입장에 대해 묻자 “절차를 다 밟았기 때문에 점유에 문제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날 오전 10시께 강태웅 서울시 대변인이 “서울광장을 점거한 주최 측에서 들어온 신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묻자 “서울시 측에서 착오가 있는 듯 하다”고만 짤막하게 답한 뒤 더 이상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집회를 주최한 단체가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인지, ‘박사모’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주최 측은 뚜렷이 답하지 않았으며, 다만 주변의 시민들 간에 “이곳 점거는 여러 보수단체가 합동으로 진행 중”이라고 나누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과 관심이 뒤섞인 듯한 태도를 보였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대한민국 프레스센터’라는 공간에서는 세간에 보수성향 매체로 분류되는 몇몇 언론사의 취재만을 허용한다는 듯한 걸개가 놓여있었다. 지난 25일 있었던 ‘정규재TV’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담을 크게 다룬 ‘한국경제신문’의 기사를 붙여둔 텐트도 눈에 띄었다. 지난 26일부터 발행을 시작했다는 ‘노컷일베’의 신문지가 어지러이 나뒹굴기도 했고, 한 일간지 기자가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리본을 달고 시민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모여든 시민들이 “어디서 노란걸 달고 와!”라고 크게 고함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사진을 찍거나 글을 적는 듯한 행동을 하는 이에게는 소속과 이름을 묻기도 하고, “좌빨 첩자가 아니냐”는 의심이나 “휘둘리지말고 객관적으로 보기 바란다”는 당부의 말이 이어지기도 했다.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걸 치우라고 하기 전에 세월호부터 치우라고 해라”나 “세월호는 3년 동안 저러고 있는데 우리에게만 왜 이러느냐”라고 외치며 광장 점유의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이날 오전 서울시 정례브리핑에서 강 대변인은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유족들이 차린 분향소와 서울광장에서 보수단체가 차린 박사모 회원 분향소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세월호는 아직 유족들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