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의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지난 8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에 앞서 특검은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조사했다.
특검이 이들을 조사한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조직적 도움이 있었는지 수사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최근 기준 3년 연속 적자였지만 지난해 11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이처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이 가능했던 것은 지난해 초 금융위가 상장 기업 조건 중 ‘1년에 영업이익을 30억 원 이상 올려야 한다’는 기준을 빼 버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근거로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었다. 이 회사가 삼성물산의 자회사였던 것을 고려하면 삼성물산 - 제일모직의 합병을 국민연금공단이 찬성 결정한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삼성물산의 현재 사업 가치는 낮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가능성을 근거로 두 회사가 합치면 미래 사업성이 좋아질 것이란 이유였다.
삼성물산 -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권 차원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제도 개편 시점도 ‘삼성에 대한 편의 제공’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최순실 씨의 독일 정착을 도운 KEB하나은행 간부 승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은 또한 금융위가 삼성물산 -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자산운용사들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의심하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 10%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함께 지분 6.73%(2015년 4월 기준)를 갖고 있는 자산운용사 9곳의 의사결정 역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특검이 금융위 압수수색을 진행할 때 자본시장과와 자산운용과, 공정시장과 등 자본시장국을 중심으로 조사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자본시장국은 금융투자업ㆍ금융투자업 관계 회사 등에 관한 정책ㆍ감독ㆍ인가ㆍ허가에 관한 업무를 진행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삼성생명이 자산운용사들과 국내 증권사에게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 과정에서 관련 리포트를 냈던 국내 증권사 22곳 중 21곳이 합병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특검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가능성을 수사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이미 미국 나스닥은 테슬라 등 적자 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는 적자 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한 것을 ‘테슬라 요건’이라 부르며 대표적인 금융개혁 정책으로 발표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자 기업을 상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과거부터 제기한 시장의 요구를 수용한 정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