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인지라 최근 각 당의 대선 후보 주자들도 앞다투어 교육 관련 공약을 제기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제안을 한 대선 후보는 ‘학제 개편’을 공약으로 제시한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의 제안은 기존의 6 - 3 - 3 학제를 5 - 5 - 2 학제로 바꾸고, 초등학교 취학 연령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도 학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왔고, “일제 강점기 때부터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온, 산업화 시대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는 안 의원의 문제 인식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따라서 이번 대선을 기회 삼아 학제 개편 문제를 공론화하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칼럼에서는 초등학교 문제에 한정하여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학제 개편이 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초등학교를 단순한 학습 위주의 공간에서 ‘학습’과 ‘놀이’를 융합한 복합 공간으로 재창조해야 한다. 유소년기 발달 과정에서 학습과 놀이는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두 개의 축이다. 특히 놀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적인 역량인 창의력을 증진하는 데 학습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문제는 놀이의 경우 지금까지 ‘골목’으로 상징되는 마을공동체가 비공식적으로 담당해 왔으나, 마을공동체가 해체된 현재에는 놀이를 위한 공간은 사라지고 그 공간을 각 가정에서 부모들이 채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소년 단계에서 어른들과의 놀이보다는 또래끼리의 놀이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놀이의 복원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제는 놀이를 교육의 하나로 인정하고 학교가 이를 담당해야만 한다.
또한 앞으로의 초등학교는 ‘보육’의 역할도 맡아야 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 직장에 다니는 엄마(워킹맘)는 매우 힘들어 한다. 아이가 2시면 집에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따로 아이를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학원으로 ‘돌려야’ 한다. 아이가 학교에 안 가는 방학은 워킹맘에게 재앙에 가까운 공포다. 이처럼 전적으로 가정에 맡겨져 있는 초등학교 학생 보육 문제도 이젠 국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하고, 그 해결의 고리는 ‘놀이’를 교육 과정으로 편입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시설도 바꾸어야 한다. 공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규정한다. 초등학교가 학습, 놀이, 보육을 위한 복합 공간으로 재창조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를 학습만을 위한 딱딱한 공간이 아니라 집처럼 편안하고, 놀이터처럼 즐거운 곳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초등학교를 위와 같은 복합적인 공간으로 재편하면, 취학 연령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연령에 따라 놀이와 학습의 비율만을 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근 아동의 발달 정도를 볼 때 만 5세 취학은 적절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고, 미국에서도 만 5세부터 K 과정이라는 정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재학 연한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안 의원의 제안에 의하면 현재 초등학교 5학년 나이에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되면 이미 사춘기가 올 정도로 성장이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작년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방문했을 때 교실 문에 자물쇠가 달려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일이 있다. 학교가 별로 바뀌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교실 문 자물쇠’로 상징되는 낡은 제도는 과감히 개혁되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