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째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가(家)가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17일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전날 7시간30분에 걸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이 부회장은 영장이 발부되자 곧바로 수감됐다.
역대 삼성그룹 총수 중 구속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1966년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적이 있지만, 검찰에 불려가지는 않았다.이건희 회장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등을 통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으로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았지만,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3년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마저 구속되면서 삼성가가 극도로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되면서 그동안 삼성이 추진하던 경영 승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왔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올해 상반기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현재로서는 불투명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당분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중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 측은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