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았다. 지난 2008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당시처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간 협의체를 통한 비상경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 회장의 경영 당시 리더십 부재에 따른 곤란을 겪은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7년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관련 폭로로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았다. 법원에서 이 회장의 배임·조세 포탈 등의 혐의 중 일부를 인정하면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았지만 1년여 뒤 사면됐다.
당시 이 회장은 특검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08년 4월 자신의 퇴진이라는 초강수를 앞세운 ‘경영쇄신안’을 내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이 복귀한 2010년 3월까지 23개월 동안 총수 부재를 겪은 삼성은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삼성전자의 투톱으로 당시 이윤우 전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현 부회장)을 비상경영의 전면에 내세우며 전문경영인 집단협의체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어 갔다.
이번에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은 혹시라도 경영 공백 장기화가 재현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부재는 미래 준비에 여념이 없는 삼성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정치 리스크가 국내 1위 그룹과 한국 경제의 앞길에 예상치 못한 걸림돌로 작용한 셈이다.
삼성그룹은 그룹 총괄 사령탑이 없는 상황에서 각 계열사 CEO가 전문 경영을 하고, 그룹을 아우르는 굵직한 현안은 CEO 협의를 통해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부재 당시에는 그룹 사령탑인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반면, 현재는 미래전략실이 존재해 이를 중심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사장 역시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있고, 미래전략실 해체 카드까지 나온 상황이다. 따라서 미래전략실이 그룹 총괄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삼성그룹은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 삼성의 변화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