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앞두고 영국과 EU 간의 의견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영국은 무역 협상이 브렉시트 협상과 동시에 진행하길 원하지만 EU 측은 브렉시트 합의가 먼저 이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은 “브렉시트와 관련한 모두 협정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순차적인 회담 방식은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고 단언했다. 데이비스 장관은 지난해 7월 브렉시트부를 이끌게 되면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는 “의회가 브렉시트를 부결해도 협상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신속한 타결을 주문하고 있다.
EU측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대표는 영국과의 무역협상은 일단 완전히 영국과 이혼한 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과 무역 협상을 동시 진행하는 데 반대하는 것이다. 그는 600억 유로 (약 73조4748억 원)에 달하는 EU 탈퇴 비용, 이민자들의 권리 보장 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서 무역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르니에 대표의 측근들에 따르면 바르니에는 오는 12월까지 영국의 EU 탈퇴 비용과 국외로 추방되는 시민들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바르니에는 “그전까지는 무역 협상도 미래도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내달 말까지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한다는 방침이다.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EU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고 협상을 개시한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조약 50조는 통보 시점으로부터 2년 안에 탈퇴 협상을 해야 한다고 정해 놓았다. 그런데 EU 측에서 무역 협상은 이혼이 이루어진 뒤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 2018년 말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완료한다는 영국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찰스 그랜트 유럽개혁센터 소장은 “영국은 가능한 한 빨리 무역 협상 일정을 확정하고 싶어한다”며 “영국을 빠져나가는 기업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U도 이를 모르지 않기 때문에 영국의 상황을 이용해 무역 협상에서 영국에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