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달을 맞은 가운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불법 이민자의 유입을 막기 위한 멕시코 장벽 건설 등 안팎의 우려와 반발에도 동요하지 않고 포퓰리스트적인 공약 실행에 매진하고 있다.
이에 세계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의 과격한 정책에 환호하는 미국 서민의 존재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2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보호무역과 이민 배척을 비롯한 트럼프의 과격한 정책이 전례없는 마찰과 긴장을 초래하는 것은 확실하다. 미국 정치 전문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16일 시점에 트럼프의 지지율은 45%로, 절반을 밑돌고 있다. 이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낮은 수준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신문은 공화당원에 한해서 보면 지지율이 80~90%까지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며 자유주의가 강한 동부와 서부의 화려한 항의시위 이면에는 보수적인 중서부와 남부에서 트럼프에게 갈채를 보내는 서민도 많다고 분석했다. 갤럽이 13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트럼프가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라고 답한 비율은 62%, ‘강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고 인식한 것은 59%에 달했다.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42%)’‘정부를 잘 움직일 수 있는(44%)’이라는 항목에서는 평가가 낮았으나 여전히 트럼프의 첫 출발에 호감을 보내는 유권자가 많다는 것이다.
세계화와 IT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경제성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산층과 저소득 계층의 불만, 인종구성의 극적인 변화와 가족·성을 둘러싼 전통적인 가치관의 흔들림에 적응하지 못하는 보수적인 백인층이 트럼프 현상의 배경에 있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겉으로 밝히지 못하는 이런 ‘샤이 트럼프(Shy Trump)’ 유권자층을 공략하면 지식인 계층이나 소수인종을 적으로 돌리고도 대선에 이길 수 있다는 것을 트럼프는 입증했다. 이에 트럼프는 취임 첫 한 달 지지기반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강한 각오를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지역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의 비중이 36%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64%에 크게 못 미쳤다. 자유와 다양성이 근간인 미국을 변질시키고 사회 분열을 부추기는 트럼프에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속에 있는 서민의 분노와 실망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신문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