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실적 호조에 힘입어 배당을 대폭 늘리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주주 환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기업 문화가 일본에서 정착하는 긍정적 신호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증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이들 기업의 2016년도 배당 총액이 지난해보다 7% 증가한 11조8000억 엔(약 120조213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온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인 2009년과 비교했을 때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일본 상장사의 배당 증액은 7년 연속 증가 추세다. 당장 3월 회계연도가 마감하는 기업 중 배당을 늘리거나 실적 악화로 배당을 못했던 기업들이 다시 배당을 계획한 곳만 600개 업체에 달한다. 전체 상장사의 30%에 해당한다.
신문은 내수 실적이 우수한 기업을 중심으로 배당 규모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 이동통신회사 KDDI는 지난 2일 실적 호조에 힘입어 연간 배당액이 전분기대비 15엔 증가한 85엔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예상에서 5엔 늘어난 것이다. 2015회계연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던 미쓰비시 상사도 원자재 가격의 반등으로 실적이 바닥을 찍고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배당도 전분기 대비 20엔 증가한 70엔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당을 늘리는 기업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기업 경영에 반영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요구에 발맞춰 기업의 성장을 위한 설비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투자금을 늘리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을 높이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배당성향은 회사가 당기순이익 중 얼마를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업체 어드밴테스트(ADVANTEST)는 지난해 연결기준 배당 성향의 하한을 20%에서 3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장기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주주환원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쿄정밀은 지난해 순이익 감소했지만, 오히려 배당성향을 올려 배당을 확대할 계획이다.
배당 증가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도 기대된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사의 지분 20%는 일본 개인이 보유하고 있어 배당금이 확대되면 이들 개인투자자를 통한 내수 진작도 기대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배당으로 가계에 돌아가는 돈은 약 2조 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니시야마 켄코 노무라증권 투자전략가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주주 배당 자세의 지속 여부가 일본 주식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