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 중의 하나인 소주를 표기하는 한자어는 두 가지이다. 소주(燒酒)와 소주(燒酎)가 바로 그것이다. 燒酒는 ‘불사를 소’와 ‘술 주’로 이루어진 단어로서 직역하자면 ‘불이 붙는 술’이다. 불이 붙을 정도로 알코올의 도수가 높은 술을 통칭하는 말이 燒酒인 것이다. 그러므로 燒酒는 달리 화주(火酒)라고도 한다.
소주(燒酎)는 소주(燒酒) 중에서도 특별히 진하고 좋은 술을 일컫는 말이다. ‘酎’는 ‘전국 술’을 의미하는데, ‘전국’이란 한자 ‘전(全)’과 순 우리말 ‘국(soup)’의 합성어로서 ‘군물을 타지 아니한 온전한 국’이라는 뜻이다. ‘전국 술’은 ‘군물을 타지 아니한 전국의 술’을 말한다. 그러므로, 소주(燒酎)는 누룩과 찹쌀로 빚은 술이나 과일로 만든 술을 그대로 증류하여 얻은 순수한 술이다. 알코올의 도수가 매우 높은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예로부터 누룩을 빚어 말려두었다가 가루로 장만한 다음,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적절히 식힌 다음에 누룩가루와 섞으면서 적당량의 물을 부어 항아리에 술을 담갔다. 그렇게 담근 술이 발효되어 잘 익으면 항아리 안에 용수(싸리나 대오리로 만든 둥글고 긴 통)를 박아 술을 걸러 뜬다. 이것이 바로 술꾼들의 입맛을 쩍쩍 다시게 하는 전국 술 ‘황주(黃酒)’이다.
이 전국술 황주를 다시 증류하여 ‘소주 고리’를 통해 한 방울씩 받아 모아 물 한 방울 타지 않은 것이 바로 소주(燒酎)이다. 도수가 매우 높은 최상품의 명주일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일상으로 마시는 희석식 소주도 상표에는 燒酎라고 표기되어 있다. 명과 실이 상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도 그 소주를 즐겨 마신다. 필자의 동료 교수가 지은 소주에 대한 대구(對句) 한 구절 소개한다. 燒酎各一甁, 按酒必삼겹. 소주는 각기 한 병씩, 안주는 반드시 삼겹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