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물러가면서 골프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골퍼들도 그동안 한쪽 구석에 처박아 뒀던 클럽을 꺼내 손질하는가 하면 연습장을 기웃거리며 시즌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올 시즌 골프장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까.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골퍼들에게 라운드 시간을 줄여주느라 해마다 100여 개씩 코스길이를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유럽에서는 6홀짜리 유러피언프로골프 정규투어가 신설되는 등 곳곳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시간제 그린피 도입’이다. 물론 국내 골프장도 정규 코스이면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그린피를 싸게 해서 9홀만 돌게 하는 골프장들도 있다. 또한 일몰이나 악천후로 인해 라운드하는 홀까지만 계산해 그린피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제로 운영하는 곳은 아직 없다.
시간제를 처음 도입한 곳은 지난 1월 미국 미주리주 오자크리조트 골프장. 36홀의 이 골프장은 시간당 10달러(세금 별도)로 요금을 책정했다. 이후 15분마다 25달러가 추가된다. 오자크골프장은 비시즌 그린피가 39달러, 성수기 90달러다. 이런 도입은 자신의 시간에 맞춰 골프를 즐기라는 것. 골프장은 골프장을 찾은 골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홀 정규라운드 시간이 너무 오랜 걸린다는 것에 불만이 많다는 설문에 착안했다. 골프장 측은 시간제 도입으로 비어 있는 티타임을 채우고, 골퍼들에게 이용 대비 요금이라는 공정성을 마련했다는 얘기다. 특히 빠른 경기 진행을 유도한다는 이점도 있다.
또한 미국과 영국에서는 골퍼들이 골프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방식에도 골몰하고 있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일단 티오프를 시작하면 스코어카드에 적히는 숫자나 기량에 너무 집착해 골프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18홀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경기 방식으로 즐거움을 찾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18홀이 너무 길다고 판단해 미니투어 대항전을 창설했다. 16개 국가가 출전해 벌이는 국가대항전이지만 6홀 경기다. 대회는 오는 5월 100만 유로(약 12억2000만 원)의 상금을 걸고 국가대항전을 치른다. ‘골프식시스’라는 명칭이 붙은 이 대회의 신설 목적은 젊은 층에 골프의 매력을 전달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골프장엔 관중들을 위한 스탠드가 설치되고, 선수들이 티샷을 할 때는 음악과 함께 불꽃놀이도 준비된다. 또한 선수들은 경기하는 동안 마이크로 관중들과 소통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틀간 치러지는 이 대회는 2명으로 구성된 16개국 팀이 출전해 첫날 예선을 치른 뒤 둘째날엔 8강전과 준결승, 결승이 이어진다.
국내에는 아직 시간제와 6홀 도입은 없지만 나름대로 골퍼들의 니즈(욕구)와 골프장의 수익 창출이 맞아떨어지는 마케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셀프플레이. 사실 아직도 우리의 현실은 대부분 캐디를 써야 한다. 그런데 국내 골프장 중 춘천의 라데나골프장을 비롯해 40여 곳이 주중에 미리 부킹을 하면 일정 팀에 한해서 캐디없이 라운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81홀 골프장인 군산골프장은 한 발 더 나아가 플레이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1인 카트를 도입하고 있다.
1인용 카드를 보급하고 있는 워킹골프 장춘섭 대표는 “1인 카트를 사용하면 카트를 끌고 코스 내로 직접 진입이 가능해 골퍼는 클럽을 가지러 코스와 카트 사이를 왕복하는 시간 낭비를 줄 일 수 있다”며 “또한 승용카트를 타지 않아 100% 걷기운동도 되고, 비용도 줄일 수 있으며, 플레이까지 빨라지는 1석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셀프라운딩의 장점을 설명했다.
정진배 박사(용인대 교수)는 “골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비용을 줄이고 골프의 재미를 도입해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외국무대에서 ‘코리아 브랜드’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는 좋은 선수들이 더욱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에 관한 한 선진국인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골퍼들이 보다 편리하게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플레이 방식이 도입될 것이라는 게 골프장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안성찬 골프대기자 golfahn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