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해체하면서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등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계열사들의 독자생존이 불투명해졌다. 사령탑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지원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이 미전실 해체와 이사회 중심의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선언함에 따라 수직계열화 정도가 약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열사들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과 플랜트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계열사는 다른 계열사와의 사업 연결고리가 약해 협업과 재무개선 작업 등 그룹의 중요 사안을 조율할 때 미전실에 크게 의존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전실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독자생존 과제를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자칫 시장의 신뢰를 놓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계열사들의 유상증자로, 삼성엔지니어링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겼는데 앞으로는 그룹의 우산 아래에서 누렸던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삼성의 ‘예외 없는 제일(第一)주의’ 경영 철학이 깊숙이 개입된 사례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으로 선수금 유입은 미미한 반면 공사대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재무구조에 적신호가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은 5조3279억 원, 회사 보유 현금 등을 제외한 순차입금이 4조 원대로 여전히 유동성 리스크 우려가 크다.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유상증자로 끌어모은 1조1000억 원의 자금은 운영자금 용도라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수 없는 등 재무건전성에 여전히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삼성중공업보다 앞서 2015년 재무적 위기에 처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1년 만에 흑자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그룹 차원의 지원 없이는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신규 수주 규모 3조8000억 원 가운데 약 85%가 계열사로부터 수주한 금액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규 수주 규모는 6000억 원에 불과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조554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미전실을 해체하면서 사업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전자ㆍ바이오ㆍ금융 등 삼성의 3대 축과 관련된 계열사들의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실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