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에 성과보수를 도입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이르면 이달 내 시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성과보수제 강행이 단기 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은 공모펀드에 성과보수를 전면 도입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시행되는 대로 업계에 강력히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행령이 이달 중 법제처 심사를 통과하면 곧바로 도입하기 위해 세부 기준을 만드는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개정 시행령에서는 자산운용사와 펀드매니저가 공모펀드 운용에 더 심혈을 기울이도록 운용 성과에 따라 탄력적인 보수를 적용했다. 제도 시행 후 새로 설정할 펀드가 성과보수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운용사 자체 자금을 해당 펀드에 초기자금으로 투자하도록 의무화했다. 최소 투자자금은 소규모펀드(설정액 50억 원 미만)를 기준으로 2억~5억 원 이상이 될 예정이다.
그간 운용사들이 사모펀드에 비해 공모펀드 운용은 뒷전이라고 비판하던 투자자들은 이번 제도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제대로 된 성과 책정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 강제성 있는 제도 시행이 오히려 단기 투자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기자본이 100억 원 미만인 한 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 여력이 작은 회사는 사실상 선택권 없이 성과보수제를 새 펀드에 전면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검증된 성과 책정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에 먼저 새 펀드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개방형 증권펀드는 투자자별로 환매 시점에 성과보수를 수취하고 있다. 실물펀드는 펀드별 결산 시점에 따라 보수를 취하게 된다. 제대로 된 성과 책정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성과보수가 지급되기 직전 초과수익 단계에서 투자자가 환매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펀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가장 힘이 나는 일은 투자자금이 많이 유입되는 것”이라며 “성과보수를 내지 않기 위해 투자자가 환매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면 오히려 운용하는 데 마이너스 요소”라고 토로했다.
자본 규모가 큰 대형사는 성과보수 펀드 강제 채택 압력에서는 비교적 자유롭지만, 내부통제 절차상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고충이 있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회사 자금을 펀드에 태우려면 무조건 이사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회사별 자금운용 정책 등에서 이견이 생기면 이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면서 “자기자본을 투입한 펀드와 그렇지 않은 펀드 간 이해 상충 소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