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회사 관리에 나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중국의 보복이 거세진 만큼 금융회사들이 현지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없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일부 국내 은행들은 여행업에 대한 대출이 적정한지 검토할 것으로 보여 파장도 예상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베이징사무소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은행, 보험 등 국내 금융회사를 상대로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부당한 조치를 받을 경우 보고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금감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중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점포(법인, 지점, 사무소 포함) 수는 64곳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는 △은행(국민ㆍ우리ㆍ신한 등) 15곳 △생명보험사(삼성ㆍ한화ㆍ교보생명 등) 7곳 △손해보험사(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9곳 △증권사(한국투자ㆍNH투자증권 등) 18곳 △자산운용사(미래에셋ㆍ삼성자산운용 등) 10곳 △여전사(롯데캐피탈 등) 5곳으로 각각 조사됐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한 만큼 ‘사드 보복’이 금융권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감원도 중국 현지 분위기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베이징사무소 관계자는 “아직은 한국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계좌조사 등 중국 금융당국의 부당한 조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당장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코리안리 상하이 지점 승인 문제가 걸려 있는데, 2014년도에 시작된 일이니깐 이번 사드 문제로 늦어진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본원 내부에서도 중국 동향 모니터링에 나섰다. 금감원 금융상황분석실 관계자는 “금융 쪽으로 이슈가 번지지 않을까 싶어 관련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금융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지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금융기관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인허가가 늦어지는 것은 없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예상치 못한 변화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금융업의 감독기관은 국무원 산하에 권역별로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각각 설치돼 있다. 본부는 모두 베이징에 자리 잡고 있다.
◇ 국내 은행들, ‘유커 업종’ 대출 모니터링 = 시중 은행들이 중국의 사드 보복이 전(全)방위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관광 보복 장기화에 대비해 국내 숙박업과 요식업 등 관광업종의 여신을 긴급 점검하고 나섰다.
한 시중 은행의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 등 롯데 계열사에 대한 여신 점검에 나섰다”면서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상대하는 호텔과 식당 등의 매출이 악화되면 관련 은행대출도 동반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관광업종에 대한 여신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당장 여신을 회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관광 보복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현실화되면 호텔 및 숙박업, 요식업 등에 대해 단계별로 여신을 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기존 여신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은 물론 만기 여신의 일부 원금상환이나 대출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등 구체적인 회수 방안을 검토하는 내부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른 시중 은행 관계자는 “향후 대출 만기 연장 때 일부 원금상환이나 기간·한도 조건을 강화하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중 은행들이 숙박업이나 요식업 등을 경기민감 업종으로 분류해 놓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보복 조치로 단시일 내 대규모 여신 회수로 이어질 공산은 아직 낮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의 숙박·음식업종 대출은 지난 2012년 말 30조3863억 원에서 2016년 9월 말 현재 44조812억 원으로 급증했다. 또 서울지역 관광호텔은 같은 기간 161곳(2만7173실)에서 348곳(4만6947실)으로 약 73%나 증가했다. 면세점 역시 작년 3차로 네 곳이 추가되며 2년 만에 6곳에서 13곳으로 늘어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