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 확대 기대감에 힘입어 비철금속 가격이 대부분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주석(Tin)’ 가격만 하락세다. 왜일까.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물 주석 가격은 현재 t당 1만9000달러 선이다. 작년말 시점엔 2만1000달러에 거래됐으나 1월 말부터 빠지기 시작해 현재까지의 낙폭이 10%에 이른다.
주석은 인류가 광석에서 분리해낸 금속 중에서는 납 다음으로 오래된 금속으로, 전연성이 좋고 공기 중에서 안정적이어서 합금 및 다른 금속의 부식 방지를 위한 도금이나 화합물 제조 등 쓰임새가 넓다. 중세 유럽에서는 은의 대용품으로 널리 사용됐고, 오늘날에는 금속관과 전자 회로를 연결하는데 사용되는 땜납, 종과 파이프 오르간의 파이프,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의 초전도자석 등에 사용된다. 평판 TV나 컴퓨터 모니터에 사용되는 LCD의 투명 전극도 주석 산화물과 인듐 산화물을 유리 위에 입혀 만든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경기가 회복되면 이처럼 쓰임새가 많은 주석 가격도 오르는 게 당연한데 그 반대 양상을 보이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수출관세 철폐설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은 주석의 최대 산지이자 소비지다. 중국은 자국 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2008년부터 수출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해외로 유출되는 주석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1월 중순부터 중국에서 수출관세가 폐지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계기는 중국 정부가 1월 발표한 2017년판 제품별 관세율 목록에서 주석이 빠지면서다. 중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실제로 주석에 대한 수출 관세가 폐지되면 대량의 주석이 국제시장에 풀려 공급량이 늘어날 게 뻔하다. 이를 미리 계산한 투기 세력이 주석 선물 매도에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주석 가격이 크게 빠지게 된 것이다.
사실, 최근 몇년간 주석 가격은 세계 최대 지금(地金) 수출국인 인도네시아 때문에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국의 거래소를 경유하지 않으면 수출을 인정하지 않는 제도를 2013년 도입해 국제시장에서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수출 관세 폐지는 공급원을 늘려 불안정한 시세를 진정시킬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산 주석이 시장에 풀려도 국제가격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수출 관세 폐지 소문이 나돈 지 1개월 반 정도가 지났지만 중국산 주석이 국제시장에 대규모로 유입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 관세가 폐지되더라도 중국 내 유통 가격은 LME 시세보다 10% 가량 높아 수출하는 메리트가 없다. 그러나 가격 균형이 깨지면 중국산 주석이 대량으로 유입돼 LME에서의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당분간 주석 가격 동향은 중국이 좌우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