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1개월에 걸친 아시아 순방의 핵심인 중국을 방문했다. 사우디 국왕과 그의 대표단은 자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유도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수년간 지속된 저유가 속에서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사우디에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하나다.
살만 국왕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양국 기업이 최대 650억 달러(약 73조4500억 원)에 달하는 35개 경제협력 프로젝트 계약에 서명하는 순간을 지켜봤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계약과 관련한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람코의 아민 H.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시노펙 등 중국 국영 석유업체 임원들과 회동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르면 내년 이뤄질 아람코의 기업공개(IPO)와 관련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시노펙은 사우디베이직인더스트리즈와 함께 양국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투자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관계자들은 중국과 사우디 경제가 보완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다각적 산업 기반을 구축하려면 중국 기업의 투자가 필수적이다. 중국도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에 사우디의 협력이 필요하다. 또 중국 기업은 자국 내 성장 둔화에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 주석이 사우디의 경제개혁 청사진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살만 국왕의 화려한 방중에도 양국의 유대관계는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중국의 지난해 대사우디 원유 수입액은 약 230억 달러로, 2012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 사우디는 중국시장에서 러시아 등 다른 산유국과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한편 중국 기업들은 테러와 사우디 인근 예멘사태, 복잡한 비자발급 과정, 양국간 항공편 직항 노선 부족 등 각종 불안과 불편함을 호소했다. 사우디는 이날 투자포럼을 열어 중국 기업인들의 불만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또 중국 학자들은 자국 내 아랍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이날 투자포럼에서 사회자인 양루이는 계속 사우디 관리들의 이름을 틀리게 말했다. 여전히 사우디는 중국 기업의 투자를 강하게 기대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사우디종합투자청(GIA) 임원인 함마드 알라발라위는 “사우디에 투자하는 것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3개 대륙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국의 지리적 이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