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데뷔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다른 나라들이 단단히 벼르는 상황에서 므누신 장관은 ‘미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16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독일 바덴바덴에서 17일부터 이틀간 G20 회의가 열린다. 트럼프 정권이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번 회의에서 국제무대에 처음으로 나서는 므누신 재무장관은 주요 경제국 간의 무역에 관한 견해에 근본적인 불일치를 보일 수 있는 협상에 나서게 된다. 회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예측하기 힘든 가운데 투자자들은 회담 후 나올 공동성명(코뮈니케)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코뮈니케를 통해 므누신과 다른 19개국 파트너들이 어떻게 대립하고, 또 합의를 이룬 것은 무엇인지 단서가 나올 수 있기 때문.
지난 수년간 G20 회원국들은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며 인위적으로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에 동의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로 무역에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해 이런 서약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트럼프는 G20의 다른 한 축인 중국에 대해서는 ‘환율조작의 그랜드 챔피언’이라고 비난을 퍼부었으며 멕시코, 캐나다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래저래 므누신은 트럼프를 대변해 G20 각국이 합의했던 원칙에 정면 도전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는 이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부는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고 대통령도 자유무역을 믿는다”며 “그러나 무역은 또 공정해야 한다. 미국 노동자에게 더욱 공정한 무역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G20 회의 의장을 맡게 된 쇼이블레 장관은 “트럼프와 다른 G20 정상들이 앞으로 무역이라는 뜨거운 이슈를 놓고 씨름하게 될 것”이라며 “이 주제에 이들은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명시적으로 무역 주제가 배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연간 약 2조7000억 달러(약 3051조 원)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고 있는데 다른 G20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이 절반에 이른다. 미국의 압박에 G20이 대처하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UBS자산운용의 폴 도노반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G20 재무장관 회의 코뮈니케에서 자유무역이 언급되지 않는다면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에 진지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는 각국 정책 목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는 지금보다 덜 세계화되고 더욱 편협해지는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G20 회의와는 별도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7일 워싱턴에서 트럼프와 만나 자유무역을 추구하자고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스테판 세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원한다면 보호무역주의가 세계를 위한 길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며 “자유무역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이득을 줄 것으로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