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회계연도 예산안(2017년 10월∼2018년 9월)을 발표하면서 인프라 예산안은 아직 밝히지 않아 중장비업계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연방정부 총예산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1조 달러(약 1131조 원) 규모의 예산안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국방비와 국경 안보 예산을 큰 폭으로 늘리고 환경보호청, 국무부, 보건복지부 등 부처 예산은 줄였다. 이 예산안에는 작년 대선 공약으로 내건 1조 달러 규모의 공공인프라 분야는 포함되지 않았다.
믹 멀버니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프라 예산이 가장 시급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중장비업체 칼렌더브라더스의 글렌 칼렌더 최고경영자(CEO)는 “인프라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처럼 보여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 모두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건 사안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규모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대로 인프라 예산이 1조 달러 수준으로 높게 잡히면 중장비업체들에는 호재다. 대대적인 인프라 공약을 내건 트럼프가 당선되고 나서 중장비 업체들이 주가가 오른 이유다. 대선 이후부터 현재까지 농기계 제작 회사인 디어의 주가는 24% 치솟았다. 크레인 업체인 테렉스는 32%, 건설관리회사인 에이컴은 30% 각각 주가가 올랐다. 건설장비 제조사 테렉스 존 게리슨 CEO는 “트럼프가 발표하는 세부 예산안을 기다리고 있다”며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미국 경제에도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인프라 지출 예산이 1달러 증가할 때 그다음 해에 국내총생산(GDP)이 1.21달러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효과가 즉각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터필러그룹의 롭 차터 회장은 “새 행정부가 인프라 예산을 대대적으로 발표한다고 해도 내년까지 수혜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 문제와 같은 규제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게 이유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미국행동포럼의 더글라스 홀츠이킨 책임자도 “공공인프라 건설이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