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팎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는 김 총장의 의중이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총장은 지난 3일 “특검으로부터 인계받은 사건을 차질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임명권자에게 칼을 겨누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2004년 검찰이 ‘박연차 게이트’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엮어 조사했을 때도 당시 임채진(65·9기) 검찰총장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3주간 결정짓지 못했고, 도중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
김 총장이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면서부터다. 이후 대검 차장을 거쳐 2015년 12월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다. 사법연수원 수료 직후 3년간 판사로 재직하던 김 총장은 1990년 검사로 임관했다. 이후 대검중수부 3과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거쳐 검사장급인 법무부 기조실장을 지내며 특수·기획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김 총장이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은 드물었다. 김 총장의 부친인 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이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경선에서 맞붙었을 때 이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김 총장 입장에서는 ‘TK출신’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핸디캡을 가지게 된 셈이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은 2013년 수원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매끈하게 처리해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당시 검사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김 전 총장이 직접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전면에 나섰고, 결국 이 수사는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이후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14년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에서 ‘비선실세’ 규명보다는 문건 유출 쪽에 중점을 둬 정권 맞춤형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산케이 서울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것도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이 임명권자인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할 경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용퇴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총장의 임기는 오는 12월까지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2년을 채우고 퇴임한 검찰총장은 7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