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머니마켓이 유동성 압박을 받으면서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2월 초 이후 두 차례나 단기금리를 인상하면서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이 2년 만에 최대치 수준으로 늘어나 머니마켓에 의존하는 중소은행들의 타격이 막대하다고 2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머니마켓은 종종 금융시스템의 배관으로 묘사된다. 제대로 작동될 때는 아무도 머니마켓을 신경쓰지 않지만 막히면 상당한 악취를 낸다고 WSJ는 설명했다. 중국의 머니마켓에서는 지난달 하루 평균 6조4000억 달러(약 7133조 원)의 자금이 움직였다. 이런 시장이 막혀버리면 금융시스템은 물론 전체 경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주 시장의 불안은 줄었지만 단기금리는 여전히 높아 중개업체와 자산운용사 등이 단기차입금에 대해 최대 6%의 이자를 내야 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는 현재 중국 기준금리의 두 배 이상이다. 은행들이 머니마켓을 통해 자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을 충분히 할 수 없다. 지난 2007년 서구권 국가들의 신용경색이 그 다음 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고 WSJ는 덧붙였다.
인민은행은 과거에는 시중 은행의 총 대출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유동성을 조절하고 거시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머니마켓 비중이 커지면서 이제는 머니마켓 금리를 새로운 통제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막대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줄리언 에반스-프리처드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중소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최근 수년간 머니마켓에서 막대한 자금을 조달했다”며 “이에 유동성 위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들은 과거 자금조달에 있어서 일반예금에 많이 의존했으나 경제성장과 더불어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머니마켓에서 자금을 융통하는 비중이 커졌다. 특히 일반예금 규모 자체가 작은 중소은행이 머니마켓에 더 많이 의존했으며 공상은행 등 대형은행은 대출기관 역할을 맡았다.
중국 금융정보업체 윈드에 따르면 지난해 담보가 잡히지 않는 은행간 대출 물량은 34조 달러로, 2002년에 비해 100배 가까이 커졌다. 또 중국 국채를 담보로 하는 은행간 대출인 환매조건부채권(레포) 물량은 216조 달러로 10년 전보다 24배 확대됐다.
인민은행은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머니마켓의 유동성 공급을 조절한다. 이에 단기금리 벤치마크인 레포 7일물 금리는 현재 중국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과 예금 금리만큼 중요해졌다고 WSJ는 짚어냈다.
한편 은행들이 단기자금으로 조달한 자금을 종종 투기에 쏟아부어 자산버블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민은행이 지난 2월 초 이후 두 차례 단기금리를 인상한 이유다. 그러나 이런 압박이 너무 지나치면 금융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 결국 인민은행은 자산버블과 금융 리스크라는 두 가지 상반된 상황 속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