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85. 낙랑공주(樂浪公主)

입력 2017-04-0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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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동과 불완전한 혼인…자명고 찢을 수밖에

호동왕자(好童王子)와의 사랑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는 낙랑공주(樂浪公主)는 이름이 아니다. 문헌기록에 행적을 남긴 고구려 대부분의 여성들처럼 이름이 전해지지 않는다. 낙랑국 출신의 공주라고 해서 이름처럼 불리고 있는 것이다. 공주의 아버지는 낙랑국의 왕 최리(崔理)이다. 낙랑국의 공주가 고구려 역사에 존재를 남기게 된 것은 고구려 왕자와 혼인을 했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고구려 대무신왕(大武神王)의 왕자 호동이 남쪽으로 여행을 갔다가 사냥을 나온 최리를 만났는데, 최리는 한눈에 호동이 예사 사람이 아님을 알아보고 궁으로 데리고 가서 딸과 혼인을 시켰다고 한다.

두 사람의 혼인은 처음부터 비극을 잉태하고 있었다. 대무신왕은 낙랑국을 병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낙랑국에는 외국 군대가 쳐들어오면 알아서 저절로 울리는 북 자명고(自鳴鼓)와 뿔피리가 있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대무신왕은 ‘저절로 울리는 북과 뿔피리’를 없애기 위해 호동왕자를 낙랑국에 보낸 것이었다. 혼인 후 호동왕자는 혼자 고구려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공주에게 몰래 사람을 보내어 저절로 울리는 북과 뿔피리를 파괴할 것을 요구했다.

공주도 호동왕자의 의도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호동왕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북과 뿔피리를 파괴하였다. 소식을 들은 호동왕자는 대무신왕에게 알려 낙랑국을 습격하게 하였다. 고구려 병력이 갑자기 성 밑에 도달한 연후에야 북과 뿔피리가 모두 부서진 것을 알게 된 낙랑왕 최리는 딸을 먼저 죽인 뒤 항복을 하였다. 낙랑공주의 희생 덕분에 고구려는 낙랑을 병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공주가 북과 뿔피리를 찢은 것은 호동왕자에 대한 지극한 사랑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주는 호동왕자와 혼인을 하였지만 고구려에서 생활한 적이 없었다. 호동왕자가 낙랑 궁궐로 와서 혼인을 하였으며 이후 호동왕자 혼자 고구려로 돌아갔고 공주는 낙랑국에 남아 있었다. 그것은 ‘서옥제(壻屋制)’로 알려진 고구려의 혼인 풍속을 따른 것이었다. ‘삼국지’ 고구려전에 따르면 고구려에서는 ‘혼인을 약속하게 되면 남자가 여자의 집에 와서 동숙(同宿)’, 즉 함께 잠을 잔다고 하였다. 그러고는 ‘아이가 태어나 장성하면 여자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혼인에서는 아이가 태어나 장성해서 남자의 집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혼인관계가 불완전하고 가변적이었다. 동숙을 했더라도 여성은 남성의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날 수도 있었다. 당시 호동왕자가 낙랑공주에게 사람을 보내어 “북과 뿔피리를 찢고 부수면 내가 예로써 맞이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맞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동숙을 하였지만 혼인관계는 그것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낙랑공주가 호동왕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데는 이러한 ‘서옥제’ 혼인 형태의 불안이 있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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