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0여일만에 1130원대를 회복했다. 미·중 정상회담과 주말 미국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안전자산선호 심리가 확산한 분위기다. 역외매수도 집중됐다. 그간 하락요인으로 작용하던 외국인의 주식매수가 멈춰선 것도 원·달러 상승을 부추겼다. 4월 배당에 따른 역송금을 노린 매수와 함께 20일 이평선인 1130원을 돌파하면서 기술적 매수도 이어졌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이벤트를 앞두고 리스크를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했다고 봤다. 다만 최근 급락에 대한 빠른 되돌림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이다. 아직은 박스권에 있다는 진단인 셈이다. 추가 상승할 개연성은 있지만 1135원에서 1138원 정도가 박스권 상단일 것으로 봤다.
밤사이 역외환율도 올랐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27.5/1128.5원에 최종 호가돼 전일현물환 종가(1124.4원) 대비 3.9원 상승했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가 8.1포인트(0.37%) 떨어진 2152.75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도 코스피시장에서 930억4200만원어치를 매도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최근 흐름이 이어지며 역외 매수가 집중됐다. 달러화 인덱스등 기술적으로도 반등할 타이밍이라 원·달러 상승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배당금 송금을 노린 베팅도 있었다. 상장사 가운데 상위 10개사만 놓고 보면 배당금이 5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작년이 3조1000억원이었다는 점에 비춰 이같은 베팅도 노려볼만하긴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당장은 저점 매수에 초점이 맞춰진 듯 해 그간의 낙폭 과대에 대한 반작용인지 턴어라운드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다만 그간 하락압력으로 작용했던 외국인 주식매수도 멈춰섰다는 점에서 원·달러가 반등세를 좀 더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개장부터 마감까지 꾸준히 레벨을 올렸다. 역내외에서 달러 매수세가 이어졌다. 수급적으로 결제 수요가 수출업체 매도물량보다 많다고 할 수는 없었는데 엔화나 호주달러, 싱가폴달러, 타이완달러 등이 달러강세 여파로 동조화되면서 원·달러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 것 같다. 1130원 정도가 기술적으로 20일 이평선이 지나는 자리였다. 이 레벨을 넘어서자 기술적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오늘부터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돌발변수가 나올수 있다는 우려도 불안 심리를 키웠다. 미국에서는 주말 고용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같은 이벤트를 앞두고 리스크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시적으로 하락해 1110원대까지 떨어지던 원·달러 환율이 1130원까지 회복했다”면서도 “추세를 바꾸는 흐름은 아니다. 가파른 하락에 대한 조정차원의 반발매수로 보여진다. 1135원에서 1138원이 단기적으로는 레인지 상단이지 싶다”고 진단했다.
오후 3시45분 현재 달러·엔은 0.61엔 떨어진 110.57엔을, 유로·달러는 0.0014달러 오른 1.0676달러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