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운명의 날…산은, 채무재조정에 RG 포함 거절

입력 2017-04-10 09:47 수정 2017-04-1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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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국민연금이 지난 7일 산업은행에 요구한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 수정 사항에 대한 산은 실무자는 이같이 말했다. 10일 오전 중 산은은 국민연금에 최종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지만 양 기관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P플랜(회생형 단기 법정관리)에 가까워진 상황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산은 본관 IR센터에서는 32개 사채권자 대상 설명회가 진행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의 입장이 최대 관건인데 추가 감자, 출자전환 비율 재산정과 가격 조정, 만기 유예 시 회사채 우선상환 보장 등에 대해 모두 선을 그을 것으로 예측된다.

산은 관계자는 “사채권자들이 선수금환급보증(RG)을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RG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RG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자동으로 줄고 그 영업 과정에서 회사채도 갚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4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먼저 상환해 달라고 요구한 것 역시 거절했다. 다른 사채권자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다만, 채무 재조정이 성사됐을 때 만기를 유예한 회사채를 추후 우선 상환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검토 중이다. 사채권자들은 산은ㆍ수은이 채무재조정 성사 시 새로 투입할 2조9000억 원에 대해서만 우선상환권이 부여된 것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 역시 산은이 직접 사채권자에게 우선상환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ㆍ수은의 신규 자금은 한도성으로 2조9000억 원 내에서 쓰고 갚기를 반복할 수 있는 일명 ‘마이너스 통장’ 개념인데 이를 회사채와 동일 선상에서 법정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면 이번 자금 지원의 장점을 잃는다는 것이다.

사실상 사채권자들의 요구를 거의 수용하지 못한 상황에서 산은은 ‘채무 재조정 성사’와 ‘P플랜 돌입’ 두 가지 상황을 동시에 준비 중이다. 특히 국민연금을 필두로 연기금들이 ‘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 역시 사실상 ‘반대’ 의견 표시로 보고 P플랜 준비상황에 포함했다. 연기금의 ‘반대’ 표는 물론이고 기권 역시 나머지 사채권자들의 반대표를 유도한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 역시 기권은 사실상 반대표로 보고 P플랜 돌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산은ㆍ수은 대주주의 ‘대우조선 살리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사채권자 집회 자체를 연기시켜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상법상 사채권자집회를 소집하려면 총회 2주 전(무기명채권 등 투자자 미상 시 3주 전)에 서면이나 전자문서로 통지해야 한다. 오는 17~18일 통지된 사채권자 집회가 이미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일정 변경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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