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나의 유행이 되어 방송사마다 벌이고 있는 오디션이라는 이름의 노래 경연에서 일부 심사위원 중에는 “아! 이 노래는 난이도가 매우 높은 노래인데 아주 잘 소화해 줬습니다”라는 식의 칭찬을 하는 경우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각 언론사에서는 ‘수능의 난이도’를 분석하여 보도하는데 이때, 기자들 중에는 “올 수능의 난이도는 작년에 비해 훨씬 높다”고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고난이도의 문제가 출제되었다”는 보도도 눈에 띈다. 다 잘못된 표현이다.
난이도는 한자로 ‘難易度’라고 쓰며, 각 글자는 ‘어려울 난’, ‘쉬울 이’, ‘정도 도’라고 훈독한다. 따라서 난이도란 ‘어렵거나 쉬운 정도’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난이도가 높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어렵거나 쉬운 정도가 높다’라는 뜻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올 수능은 난이도 면에서 봤을 때 난도가 작년에 비해 높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즉, “올 수능의 어렵고 쉬운 정도를 헤아려 봤더니 어려운 정도가 작년에 비해 높다”고 해야 제대로 된 표현인 것이다.
세상에는 어려운 일도 있고 쉬운 일도 있다. 그러므로, 일의 난이도를 잘 따져서 내 능력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내 힘에 부치는 고난도의 일을 지속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다 다칠 수 있다. 반대로 어려움이라고는 없는 ‘저난도(低難度)’ 혹은 ‘고이도(高易度:실제로 고이도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의 일만 골라 하다 보면 나태하고 나약하게 된다.
난이도를 잘 살펴 내 몸과 마음에 적합한 일을 하는 것이 행복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길이다. 문제는 세상의 일을 그렇게 골라서 할 수가 없다는 데에 있다. 먹고살기 위해 고난도의 일을 뼈가 부서지게 해야 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한둘이 아니다. 각자 능력에 맞는 일을 보람차게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