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인공지능(AI)형 컴퓨터 ‘왓슨’이 AI 초기시장에서 선도자 지위를 구축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왓슨은 IBM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업으로 떠올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6일(현지시간) 왓슨의 연매출이 엔화 환산 기준 1조 엔(약 10조5147억 원) 이정표를 세웠다고 분석했다. IBM은 왓슨을 활용한 사업 매출을 별도로 공표하고 있지 않지만 신문은 지난해 이 부문 매출이 1조 엔을 넘어서 회사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왓슨은 세무상담에서 암 진단 등 의료 용도까지 기업들의 업무 개선에 다양하게 쓰였다. 미국 최대 세무서비스 업체 H&R블록은 올해부터 세금 확정 신고 자문 업무에 왓슨을 도입했다. 세무상담사가 환급 신고서 작성 시 고객과 인터뷰를 하는 가운데 왓슨이 환급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찾는 역할을 한다. 이에 H&R의 빌 코브 최고경영자(CEO)는 “도입 4주 만에 고객만족도가 2%포인트 높아졌다”며 “현재 약 30억 달러인 매출이 2%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운전자 습관과 취향을 고려한 정보 서비스 제공에 왓슨을 활용한다. 일본 유통업체 이온(AEON)은 사내 콜센터를 왓슨으로 대처하려 한다. 세계 35개 의료기관은 암 진단 용도로 왓슨을 채용했다. IBM의 존 켈리 수석 부사장은 “지난해 초 왓슨이 진단한 환자는 10명이었으나 같은 해 말에는 약 1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일제히 AI 활용에 나선 가운데 IBM이 이 분야를 선점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 왓슨은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으며 2011년 미국 유명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우승자 2명에게 승리하는 등 AI 분야에서 월등히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IBM은 지난 2014년 왓슨을 축으로 한 신규사업에 진출했다. 리서치 업체 IDC는 “IBM은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AI 확산의 선구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지 않고도 저렴하게 IT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의 보급으로 IBM이 자랑하는 메인 프레임 사업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는 “왓슨은 미래가 아닌 지금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기대를 걸고 있다.
왓슨이 AI 비즈니스에서 현재 선도적 위치지만 그 지위가 언제까지 보장된다는 확신은 없다. 고객지원 업무에 왓슨을 사용하는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무라바야시 사토시 전무이사는 “왓슨이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가르치는 것은 힘들다”며 “간단한 보고서 작성 등에는 다른 벤처기업 기술을 채용하는 등 용도에 따라 다른 AI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IBM도 경쟁사의 추적을 뿌리치고자 왓슨 성능 향상에 여념이 없다. 지난 2015년에는 대량의 데이터에서 복잡한 특징을 스스로 찾아내는 ‘딥 러닝’에 강점을 둔 미국 스타트업 아케미API를 인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