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탄핵론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트럼프 리더십에 역풍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FBI vs. 백악관, 코미 해고에 엇갈린 반응=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해고 통보’를 한 것은 지난 9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차관의 권고를 받아들여 코미 국장에 경질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미 국장이 트럼프 선거진영과 러시아 정부의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에 인력과 예산을 법무부에 요청한 직후 경질 소식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의 해임건의를 받고 나서 9일 이후 해임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샌더스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FBI의 다른 직원들은 코미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해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앤드루 맥카베 FBI 국장 대행은 11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나는 코미 국장을 절대적으로 존경한다”면서 코미 전 국장이 직원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었다는 백악관의 주장을 일축했다.
◇코미는 관심종자?= 트럼프 대통령은 샌더스 부대변인보다 한술 더 떴다. 그는 이날 NBC와의 인터뷰에서 법무장관의 권고를 받기 전부터 코미 국장을 해임할 요량이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는 주목받기 좋아하는 사람이고 관심종자(grandstander)다”면서 “FBI는 혼란에 빠져 있고 혼란에서 회복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법무장관의 권고를 받고서 해임 결정을 했다는 백악관 부대변인과 상충하는 발언이다. 코미 국장은 오는 16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등장한 탄핵론= 미국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미 FBI 국장 경질을 워터게이트와 비교해 ‘코미 게이트’라고 지적한다. 1973년 10월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담당한 특검을 해임했다. 급기야 트럼프 탄핵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국 베니티베어는 ‘코미 케이트가 트럼프 탄핵으로 이어질까’라는 사설을 통해 최근 도박시장이 트럼프 탄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취임 직후부터 탄핵론이 심심치 않게 불거졌던 터라 코미 게이트로 인한 탄핵론 부상이 놀라울 것도 없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소속 리처드 블루멘털 상원의원(코네티컷)은 10일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FBI 국장 해임 결정은 국회에서 탄핵절차를 이끌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숨기려는 게 있나= 아이러니하게도 코미 국장의 경질로 인해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수사가 탄력받는 모양새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는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경질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 보좌관(NSC)에 대해 10일(현지시간) 소환장을 발부했다. 또한 상원은 경질된 코미 국장에도 오는 16일 청문회 증인 신청을 요청한 상태다. 이 자리에서 코미 국장이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미 국장의 해임이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거나 진실 규명을 저지하려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음에도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에 과잉반응을 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은폐하려는 무언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코미 게이트’역풍에 한미 정상회담 뒷전?= 일각에서는 코미 국장 해임이 미국 워싱턴 정가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북핵과 사드 배치 관련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되자 트위터에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지난 9일 한국에서 대선이 치러진 후 트럼프는 트위터에 문재인 대통령 당선 소식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9일과 10일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에는 10개가 넘는 폭풍 트윗이 올라왔지만, 대부분 코미 국장 해임과 관련한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