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재밌을 리가 있나….’ 이건 답변드리지 못한 내 속마음이다.
여느 때처럼 웃음으로 던지시는 이 질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생의 반 이상을 차지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이 단어가 나에게 이토록 감흥이 없다니,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닌가.
업무 특성상 수많은 사람들과 직접 부딪혀 온 시간 속에서 덩달아 나까지 힘 빠지게 만드는(물론 지극히 주관적이었던 나의 기준에서) 이들을 꼽아 보자면, 자신의 일이 아무런 감흥 없는 일상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었다. ‘보고의 보고를 위한 보고서’를 만들며 업무에 동기 부여 따위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며칠 전 고향지기 친구도 술 한잔 기울이던 자리에서 푸념을 늘어놨다. “분명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재미가 없다. 직장을 옮겨야 하나.” 어쩌면 내 또래의 대부분이 이 주제라면 밤새 공감하며 토론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매번 늘어놓는 푸념 앞에서 달라지는 건 없었던 터라, 이번엔 좀 반대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모든 게 새로운 도전이었던 신입사원 시절과 달리 ‘일이 다 그게 그거지’라는 생각으로 우리는 익숙해졌을 뿐이라고.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면 동맥경화를 일으키듯 반복된 무기력한 일상이 수동적인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내 삶을 불만족스럽게 만들고 위축시킨 거라고.
그래, 쇠도 두드리면 단단해진다고 했다. 과거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에서 다뤘던 ‘천 번을 흔들려야 회사원이 된다’ 편에서의 에피소드처럼 오늘도 여전한 우리의 흔들림 또한 하나의 에피소드로 익숙해질 것이다. 능동적인 용기로 해피엔딩의 드라마 같은 회사 생활을 꿈꾸던 그 시절, 그 눈빛을 가진 건 다름아닌 나였다. 따분함에, 단지 새로움을 찾아나서는 도전만을 꿈꾸며 살기보다 때론 한 번쯤 뒤돌아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익숙함’에 희미해져 가는 그 시절의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