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핵심은 ‘생애맞춤형 소득지원제도’와 ‘가계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영유아에겐 아동수당을, 젊은이들에겐 청년구직 촉진수당을, 노인을 위해서는 기초연금을 확대한다는 게 목표다. 의료 분야에서는 소득 하위 50%까지 건강보험 의료비 부담을 연간 100만 원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1344조 원의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총량관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생활비 절감을 위해 월 1만1000원의 이동통신 기본료를 폐지하겠다고도 했다.
이렇듯 백화점식 복지정책을 내놓다 보니 실현 방법에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재원 마련 등이 숙제로 남은 상태다.
◇생애맞춤 소득 지원과 의료비 경감엔 증세 불가피 = 문재인 정부는 아동수당 10만 원, 청년구직촉진수당에 최대 9개월간 월 30만 원, 가계소득 하위 70% 65세 이상 노인의 기초연금을 현행 월 20만 원에서 내년 25만 원, 2022년 3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기초연금 인상에 4조400억 원, 아동수당 신설에 2조6000억 원, 청년구직촉진수당 신설에 5400억 원 등이다. 이러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원 마련을 위해 소득세·법인세 등 세부적인 세수 확보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정부가 세부 계획을 제시해 국민의 동의를 얻는 보편적인 증세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봤다.
의료비 경감과 관련해서는 정책 취지에 공감하면서 건강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소득 하위 50%까지 건강보험 의료비 부담을 연간 100만 원 상한제로 의료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 공약 중 가장 중요한 공약”이라며 “비급여 진료를 포함시키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재원 마련에 대해 “건강보험료 인상 등의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수준과 부담에 대한 보험료 조정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도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은 원칙적으로 건강보험료에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맞다”며 “취약계층의 경우 국가 재정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우려… 통신비 기본료 폐지 단계적 필요 = 한국 경제의 핵(核) 뇌관으로 자리한 1344조 원 가계 부채에 대해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활용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총량관리제를 도입할 경우 가계 빚 증가세는 꺾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1금융에서 2금융, 2금융에서 3금융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총량 규제를 도입하기 시작하면 금융기관들이 저소득 고위험군의 부채를 줄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경기 침체에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계부채를 총량으로 관리하기 시작하면 저소득 고위험군의 부채 상환 부담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 정부가 내세운 생활비 절감 정책의 최대 이슈는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다. 월 1만1000원 상당의 통신 기본료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다만, 급진적인 추진보다는 단계적인 수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 정책국장은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가 6000만 명이 넘는데 한 번에 1만1000원씩 인하해 주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단계적으로 요금을 인하한다면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정책국장은 “2G, 3G의 경우 상용화가 된 지 10년이 넘었다”며 “투자 회수된 서비스부터 기본료를 인하하면서 단계적으로 임기 내 4G, LTE까지 넓혀가는 형태의 기본료 폐지 공약 실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