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자회사인 영국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인간과의 대결에서 압승을 거둔 이후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글이 바둑 AI 개발을 이제 중단하고 알파고로 축적된 기술을 의료와 에너지 분야에 응용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옮긴다고 2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알파고는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구단과 23일부터 27일까지 세 차례의 대국을 치뤄 모두 이겼다. 커제 9단은 전날 마지막 대국에서 초반부터 포인트를 적립하는 전술을 채택했지만 계산 착오에 열세에 몰렸고 막판 승부수를 투입했지만 완패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커제는 대국 후에 “알파고의 바둑은 완벽했다”며 “괴로워서 견딜 수 없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인간과 대국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알파고의 바둑 은퇴를 사실상 선언했다. 하사비스의 설명에 따르면 딥마인드가 바둑 AI 개발에 힘썼던 것은 AI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딥마인드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심층학습’, AI가 자신과의 대국을 반복하는 ‘강화학습’ 등 2개의 정보 처리 기술을 결합해 인간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이기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AI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알파고인 것이다.
알파고는 바둑용으로 개발됐지만 기반이 된 시스템은 이미 실생활에서의 응용이 시작되고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의료 분야에서는 영국에서 공공 의료를 제공하는 국립보건서비스(NHS)와 제휴해 특정 안과 질환의 검출 정밀도 향상에 AI를 활용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또 구글은 AI를 활용해 데이터센터에서 대량의 열을 방출해 서버 냉각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40%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의 송전망을 관리ㆍ운영하는 내셔널그리드와 전력 수급 조정에 AI를 활용하려는 프로젝트에도 착수했다.
보드게임에서 가장 어렵다는 바둑에서도 AI는 인간에게 승리를 거뒀지만 여전히 인간보다 우위인 분야는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게임 등으로 제한된다. 언어 처리 등 서투른 분야는 아직도 많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고 독창적으로 움직이는 AI가 폭주할 것이라는 우려도 이제 나오기 시작했다. 알파고의 등장을 계기로 빠르게 고도화하는 AI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